코센 CB 인수 ‘기관투자가’ 행보는
[코센 M&A] 대주주 변경 예정…기한이익상실 여부 ‘오리무중’

[딜사이트 정혜인 기자]
코스닥 상장사 코센에 투자한 기관투자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주주 변경 이슈로 전환사채(CB)의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Put Option)을 행사하거나 원매자에 CB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판단된다.



2016년 5월 코센은 2차전지 후공정장비 업체 이티에이치(ETH, 현 비트앤와트)를 인수했다. 경영진은 2차전지 사업 성장성을 내세우면서 투자자를 찾아다녔다. 중국과 대규모 수주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ETH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높았다.


결국 코센은 2016년 5월 SBI저축은행, 수성에셋투자자문, 아르데미스투자자문, 히스토리투자자문 등을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의 10회차 CB를 발행하면서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초에도 110억원 규모의 11회차 CB를 발행했다. 11회차 CB에는 아이온자산운용, 키움증권, KB증권, 메리츠종금증권, 히스토리투자자문, 에스티캐피탈신기술조합 등이 참여했다. 기관투자가들은 비상장 ETH에 대한 투자를 코센이라는 상장사로 집행한 것이었다.


ETH도 자체적으로 2017년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 린드먼아시아에 각각 50억원, 총 100억원의 CB를 발행하면서 펀딩에 성공했다. 이후 케이클라비스와 린드먼아시아는 지난해 말 100억원 규모의 CB 전부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과 달리 ETH의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매출액은 2016년 501억원에서 2017년 422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반면 같은 해 당기순이익은 8600만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문제는 올해 실적이다. 2018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4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만 277억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15억원을 기록했다. 상장 심사를 받기엔 다소 무리인 실적이었다.


ETH의 성과에 실망한 케이클라비스, 린드먼아시아는 ETH 주식 전량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했다. ETH는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투자유치를 했지만, 이에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코센은 오는 24일과 내달 16일까지 각각 풋옵션 행사대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외에도 코센 10회차 CB 투자자들 역시 지난 3월부터 풋옵션을 행사했다. 10회차 풋옵션 상환 물량은 원금 기준 40억4000만원이다.


잇단 ‘풋’으로 위기에 몰린 상황에 수장인 이제원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투자자들만 난처해진 셈이다. 일반적으로 CB를 인수하는 투자자는 발행사의 경영권 변경을 기한이익상실 사유로 계약한다. 갑작스러운 대주주 변경으로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다만 발행사가 미리 경영권 변동을 투자자에게 통지하면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코센의 경우 대주주 변경 사안을 투자자에게 미리 고지했는지 알 수 없다. 만약 고지하지 않았다면 기한이익상실 사유로 11회차 CB 채권자들마저 풋옵션 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원매자가 기관투자가들이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게끔 CB 물량 전부를 인수하는 방법도 있다. 때마침 코센은 원매자 등을 대상으로 CB를 발행키로 결정했다. 원매자가 이 금액을 CB 인수 자금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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