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C형 벤처캐피탈, 주식회사 전환 ‘러시’
캡스톤·큐브벤처 등 추진…인력 이탈 대응책 마련 목적

[딜사이트 류석 기자] 국내 주요 유한책임회사(LLC)형 벤처캐피탈들이 주식회사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력 변동이 잦은 업계 특성상 펀드 심사역이 주주로 참여해야 하는 LLC형 벤처캐피탈의 정착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캡스톤파트너스에 이어 큐브벤처파트너스까지 주식회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LLC형 벤처캐피탈의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 앞선 두 회사를 좇아 주식회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곳이 추가로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으로 LLC형 벤처캐피탈의 주식회사 전환 시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회사형 벤처캐피탈과 비교해 수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LLC형 벤처캐피탈은 더욱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원사 중 주식회사 형태는 약 130곳에 달하지만 LLC형은 십여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LLC형 벤처캐피탈은 업계에서 선진국형 제도로 평가받는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홍종학 장관이 직접 나서서 LLC형 벤처캐피탈 설립을 권장하고 있다. LLC형 벤처캐피탈은 주주가 곧 경영자이면서 심사역인 형태를 띠기 때문에 주주와 펀드 출자자(LP)간 이해 상충 문제가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만큼 외부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조합을 운영할 수 있다. 미국, 중국 등 벤처투자 선진국에서는 이미 LLC형 벤처캐피탈 제도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캡스톤파트너스는 이미 외부 투자자를 확보하는 등 주식회사 전환을 위한 준비를 끝냈다. 연내 주식회사 전환을 완료할 계획이다. 큐브벤처파트너스도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두 업체의 주식회사 전환 이유는 핵심 인력들의 이탈 때문이다. 외부 법인으로부터 투자를 받기 어려운 LLC의 특성상 주요 출자자가 퇴사하는 과정에서의 투자금 회수가 원활하지 않했다. 주식회사 전환 후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기존 주주들의 투자금 회수를 도우려는 목적이다.


LLC형 벤처캐피탈들의 주식회사 전환 시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주식회사형 벤처캐피탈의 설립 자본금 요건이 완화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는 작년 10월 벤처캐피탈의 자본금 요건을 5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췄다. 그동안 자본금 요건 충족에 어려움을 느낀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주로 LLC형 벤처캐피탈을 설립해 왔다.


LLC형 벤처캐피탈이 펀딩 시장에서 다른 주식회사형 벤처캐피탈에 비해 홀대를 받고 있는 것도 주식회사 전환의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일부 유한책임출자자(LP)들은 자본금 규모가 작은 LLC형 벤처캐피탈을 위탁운용사로 선정하는 것에 꺼리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벤처캐피탈들의 코스닥 상장 열풍도 한몫했다. 최근 많은 벤처캐피탈들이 상장을 통해 대규모 공모자금을 확보하는 등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LLC형 벤처캐피탈은 국내 상법상 상장이 불가능하다. 향후 LLC형 벤처캐피탈들이 상장 벤처캐피탈과 비교해 자금 확보를 통한 펀드 결성 측면에서 열세를 보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몇몇 LLC형 벤처캐피탈은 주식회사 전환 후 상장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벤처캐피탈 대표이사는 “여러 LLC형 벤처캐피탈이 인력 이탈, 펀드 결성의 어려움 등 때문에 주식회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정부에서 LLC형 벤처캐피탈을 권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벤처캐피탈 설립을 위한 자본금 요건이 계속해서 낮아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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