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 논란 얼룩진 ‘혁신모험펀드’
펀드 결성시한 , 소형사에만 엄격한 기준 적용했나…14곳중 12곳만 결성 완료

[딜사이트 김세연, 류석 기자] 모태펀드의 중소 벤처·중견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혁신모험펀드 자펀드 조성 과정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예고된 펀드 조성시한을 놓고 중대형 펀드 조성을 예고한 일부 운용사에 대해서만 느슨한 잣대를 적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진다.


23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의 1차 정시 출자사업의 혁신모험계정 위탁운용사 14곳(복수운용 포함)중 자펀드 결성을 마무리한 곳은 12곳이다.


혁신모험펀드는 오는 2020년까지 10조원 규모로 조성돼 벤처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다. 모태펀드는 우선 올해 1차 정시출자사업을 통해 2485억원을 출자하고 최소 4920억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 자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창업초기와 혁신성장 분야에서 각각 운용사를 선정했다.


하지만 혁신모험펀드는 기대했던 민간자본의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며 시작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당초 예고된 혁신모험펀드의 결성시기는 운용사 선정후 3개월이내인 지난 7월까지였다. 하지만 300억원 규모의 펀드(컴퍼니케이-교원 창업초기펀드)를 결성한 컴퍼니케이파트너스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위탁운용사들이 11월까지 기한을 추가로 연장했다.


다행히 연장 마감일인 지난 11월 9일 10개의 펀드 결성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중형 벤처캐피탈이 대부분인 혁신성장계정은 또 한번 마감시한을 넘겼다. KB인베스트먼트만이 마감시한 이후인 지난 16일 1360억원 규모의 펀드(KB디지털이노베이션벤처투자조합)을 결성했을 뿐이다. 또 다른 운용사인 TS인베스트먼트와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진행중일 출자사업 결과 발표이후로 결성을 미뤘다.


양사는 이미 최소 약정규모인 700억원의 출자금 유치는 마무리했지만 펀드 규모를 1000억원 이상으로 늘리기 위해 또 다른 매칭 출자사업에 지원하고 있어 펀드 결성 시기를 미뤘다는 입장이다.


TS인베스트먼트와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지난 9월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노란우상공제회의 블라인드 벤처캐피탈(VC)펀드 출자사업에 지원해 심사를 마치고 최종 선정 결과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형사에만 적용된 규정 시한 연장을 두고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운용사가 결성 시한내 펀드를 결성하지 못할 경우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후 1년내 이뤄지는 출자사업에서 제한되는 페널티가 적용된다.


펀드 결성을 마무리한 A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가 주장하는 매칭 출자사업 전망을 고려해 정해진 펀드 결성시기를 추가로 연장해 줬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출자사업 당시부터 기한 엄수를 강조했던 모태펀드가 몇몇 운용사에만 이중적인 잣대를 적용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모태펀드 운용사인 한국벤처투자는 충분한 검토를 거쳤고 규정에 따른 연장이란 입장이다.


모태펀드 관계자는 “규정상 펀드 결성 시한은 3개월간의 연장이후에도 불가피한 사유가 인정될 경우 2개월간의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며 “무분별하게 시한을 연장한 것이 아니라 충분한 사유가 인정됐기 때문에 기한을 결성시기를 미룬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또 다른 B운용사 관계자는 “만일 공제회 출자이후까지 기한 연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았다면 대부분의 운용사들 역시 똑같이 지원에 나서고 펀드 결성시기도 연기했을 것”이라며 “1000억원 이상의 펀드 조성이라는 성과를 앞세우기 위해 기한을 연장해 준 것은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이어 “노란우산공제회가 중소벤처기업부의 유관기관인 중소기업중앙회 산하라는 점에서 흥행을 지원한 것도 차별적인 행보를 보인 배경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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