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임단협 합의에도 조인식 늦어지는 이유는
노동부 조정안 통해 임금 4.8%·5.4% 인상 합의…매각설 영향?


[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매각설에 진통을 겪고 있는 오비맥주 노사가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지난달 잠정합의 했다. 다만 일부 조건에 대한 노사 간 이견으로 임단협 조인식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매각 시 고용과 관련된 부분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주류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12일 오비맥주와 노동조합(노조)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달 19일 연봉제 직원은 5.4%, 호봉제 직원은 4.8% 임금을 인상해주는 조건으로 2018년 임단협에 잠정합의 했다. 앞서 오비맥주가 매각설에 대해 애매모호한 입장 표명에 협상이 결렬됐지만, 고용노동부의 중재안을 양측 모두 수용하면서 예년과 달리 큰 진통 없이 마무리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사무직(연봉제) 대비 기술직(호봉제) 직원들의 기본급이 높아 인상률에 차등을 뒀다”며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무난하게 합의는 이뤄졌지만 단체협약 관련 미세한 조정이 필요해 조인식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노조의 이야기도 다르지 않다. 이곳 관계자는 “임금 인상분 분배 등 세부 조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한 상태라 이달 30일 조인식을 가질 예정”이라며 “다만 상황에 따라서는 조인식이 다음달로 미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주류업계에서는 잠정합의 후 40일 넘게 조인식을 갖지 않고 있는 오비맥주 노사의 행태가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영진의 일정 등으로 미뤄진다손 쳐도 잠정합의 후 2주 안에는 조인을 가지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불거진 오비맥주의 매각설 때문에 조인식이 늦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노조는 2019년 목표 및 예산 수립 과정이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매각했던 2009년과 재인수한 2014년과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카스 생산 및 영업을 돕고 있는 오비맥주 협력사에서도 최근 들어 매각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때문에 노조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사측에 고용승계 등 안정성 항목 추가를 요구했고, 이로 인해 조인실 날짜를 느즈막히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주류업계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합원 찬반투표 가결 후 2주 안에 조인식을 가지는 게 일반적”이라며 “오비맥주 노사가 한 달가량 시간을 끌고 있는 걸 볼 때 내년 초 진행할 ‘조기퇴직프로그램(ERP)’ 규모 및 매각설과 관련해 세부항목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이유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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