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생보신탁 지분 매각 반대 속내는
2020년 5월 이후 삼성생명 보유 지분 인수 가능성 제기

[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삼성생명이 생보부동산신탁(이하 생보신탁)의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공동 경영자인 교보생명의 반대로 연이어 매각이 불발되고 있다. 신탁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의 속내가 무엇인지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예상과 달리 신탁업에 강한 애착을 보이는 교보생명이 3년 후 삼성생명의 보유 지분 인수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한지주·현대산업·진원이앤씨 줄줄이 퇴짜


삼성생명은 지난 3월부터 생보신탁 지분 50%를 매물로 내놓고 다양한 후보와 협상을 벌였다. 농협과 신한지주,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물망에 올랐다.


이중에서도 신한지주의 적극성이 단연 돋보였다. 금융지주법에 따르면 금융지주사는 자회사 주식을 50% 이상(상장사는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자회사의 ‘최다출자자’라는 조항이 붙어 있어 신한지주는 생보신탁 지분을 50%에서 단 1주라도 더 보유해야 한다. 신한지주는 교보생명에 지분 매각 의사를 타진했지만 거절당했다.


신한지주를 비롯해 대부분의 후보들이 생보신탁을 단독으로 경영하길 원했다. 이를 위해 교보생명에 지속적으로 지분 매각을 문의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유력 후보들이 사라진 이후, 삼성생명은 차선책으로 진원이앤씨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대형 금융회사와 건설사에 비하면 인지도가 크게 떨어지는 부동산 개발업체다. 이는 삼성생명의 매각 의지가 그만큼 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그룹은 꾸준히 계열사가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하고 관련 사업을 정리해왔다.


삼성생명의 바람과 달리, 진원이앤씨도 생보신탁 지분 인수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신탁업계의 분석이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지 3개월이 지났지만 매매계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도 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한 곳은 교보생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각자의 지분을 서로 인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제3자 매각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M&A 제재 풀리는 시점이 인수 D-DAY


신탁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삼성생명의 지분 인수를 염두에 두고 협상을 결렬시킨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분 인수 시점은 약 3년 뒤인 2020년 5월 이후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자살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1개월 영업 일부 정지 제재 조치를 받았다. 당시 중징계로 교보생명은 제재일(2017년 5월)로부터 3년간 인수합병(M&A)이 금지됐다. 삼성생명이 매물로 내놓은 생보신탁 지분 50% 인수도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신탁업계 고위 임원은 “교보생명의 M&A를 금지한다는 조항이 정확치 않다”며 “금융당국이 관련 조항에 대해 정확한 해석을 내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이 생보신탁 지분을 100% 인수해 자회사로 거느릴 경우, 현재보다 시장 대응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생보신탁은 20년 가까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철저한 공동경영 원칙을 지켜왔다. 고위 경영진을 항상 동수로 유지하고 대표직을 번갈아 맡는 것은 물론, 사무실도 삼성과 교보 계열사 소유 건물을 번갈아가며 임대했다.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도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의 추천을 받아 양사의 의견을 동등하게 반영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본다는 공동경영 원칙 덕분에 생보신탁은 신탁업계에서 우발채무가 가장 적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리스크 관리가 뛰어났다. 반면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등 외형 확대에 실패했다는 평도 나온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삼성생명의 지분을 인수할 경우 생보신탁의 기존 사업방향이 그대로 유지되는 등 조직의 안정성은 높아질 것”이라며 “신탁업계에서 교보생명이 이 정도로 신탁업에 대한 애착이 강한 줄 몰랐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