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사 신규 인가
인가 후폭풍, 금융회사 지분 매물로 나온다
⑤중소형 신탁사에 신한·우리은행 등 주주로 참여

[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10년 만의 신규 신탁사 설립은 신탁업계에 대대적인 주주 변경을 예고하고 있다. 다수의 금융회사들이 중소형 신탁사의 소수 지분을 보유한 주주로 등재돼 있다. 이들 중에는 이번 신탁사 신규 인가를 신청할 후보도 포함돼 있다.. 이들이 인가를 받을 경우 기존 신탁사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코람코·코리아·국제신탁, 각각 금융회사 4~5곳 들어가


지난해 12월말 기준 11개 신탁사 중 금융회사들이 주주로 들어간 신탁사는 총 6곳이다. 이중 KB부동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을 제외한 4곳은 모두 경영권 행사가 불가능한 소수지분을 쥐고 있다. 신탁사가 새로 만들어질 경우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지분들이다.


우선 의류기업 LF가 인수를 추진 중인 코람코자산신탁의 경우 우리은행과 산업은행, 키움증권, 코리안리재보험, 신한은행 등 5곳이 포함돼 있다. 일단 LF는 이규성 회장을 비롯한 개인주주들과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이들 지분을 모두 합쳐도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추가적인 지분 인수를 위해 5곳의 금융회사와 추가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몇몇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코람코자산신탁 지분을 굳이 가지고 있을만한 이유도 없다. 아시아신탁 인수를 확정한 신한은행이 대표적이다. 우리은행키움증권도 신탁사 신규 인가를 신청할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코리아신탁의 경우 지방은행들이 대거 주주로 참여했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대구은행, 전북은행이 각각 지분 9%를 보유 중이다. IBK저축은행(9.91%)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 지방은행은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증권사, 보험사, 부동산 자산운용사 등과 함께 합종연횡을 이뤄 신탁사 신규 인가를 신청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제신탁도 총 4곳의 금융회사가 발을 담그고 있다. 제주은행과 우리은행, 대구은행,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등이다. 역시나 유력 후보인 우리은행의 이탈이 점쳐진다.


◆신탁사 인가, 금융회사 출자 가점 없어져


신탁사에 주주로 참여한 금융회사들은 과거에도 손 바뀜이 잦았다. 2004년 신탁업 인가를 받은 하나자산신탁(옛 다올부동산신탁)은 설립 초기 교보생명(14.3%)과 하나은행(10%), 교보증권(5%)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당시 최대주주였던 이병철 부회장의 지분은 38.9%에 불과했다. 2004년 교보생명이 지분을 매각하고 그 자리에 우리은행(15%)과 신한은행(7%)이 들어왔다. 2005년에는 교보생명마저 주식을 팔고 떠났다.


2010년 3월 하나금융지주가 지분 58%와 함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대대적인 주주 재편이 이뤄졌다. 이후 모든 금융회사가 지분을 매각하면서 하나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하나자산신탁이 하나금융지주 소속이 되면서 더 이상 다른 금융회사가 지분을 보유할 필요성이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이 주로 중소형 신탁사의 지분을 집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대형 신탁사 임원은 “자금력이 넉넉한 금융회사와 대기업들은 신탁사를 인수하면서 모든 지분을 인수해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반면 중소형 신탁사들은 설립 과정에서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러 금융회사에게 손을 벌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새롭게 설립되는 신규 신탁사 3곳 역시 금융회사들이 소수 지분을 출자하는 사례가 과거에 비해 현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지침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금융회사에서 지분을 출자 받을 경우 가점이 주어졌지만 이번에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다수의 금융회사들이 주주로 들어간 코리아신탁과 국제신탁 등이 매각설에 휘말려 있다는 점도 변수다. 매각이 이뤄질 경우 매물로 나올 금융회사의 지분 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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