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블록체인 기반 웹툰으로 공정한 수익배분을"
배승익 픽션 대표 “블록체인으로 다양성·공공성·편의성 개선 기대”


[딜사이트 공도윤 기자] 금융위기를 맞은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개발했다. 미국 리먼브라더스 은행의 파산에서 시작된 신용경색에 많은 이들이 중앙집권적 시스템에 의심과 반성을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탈중앙화’ 방식의 블록체인은 시장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배승익 배틀엔터테인먼트·픽션 대표가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도 비슷하다. 배틀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고 있는 웹툰 플랫폼 ‘배틀코믹스’는 네이버웹툰, 카카오페이지, 레진코믹스 등과 함께 국내 대표 웹툰 플랫폼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배틀코믹스는 200여명의 작가들이 작품을 연재하고 있으며 1000편이 넘는 웹소설을 보유, 100만여명의 사용자가 이용하고 있다.


배승익 대표는 대형 웹툰 플랫폼과 경쟁해 살아남는 방법, 콘텐츠 플랫폼이 장기적 생명력을 갖는 방법을 찾던 중 블록체인의 ‘철학’에 빠져들었다고 소개했다. 고민 끝에 등장한 것이 픽션이다.


배 대표는 “유튜브, 네이버, 다음, 아프리카TV 등 콘텐츠 플랫폼이 태어나며 새로운 마켓이 형성되고 새로운 직업이 생기며 산업이 성장했지만, 일면에서는 과도한 중앙집권화에 따른 부작용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플랫폼사의 권한이 과도해지며 누군가는 독점적 초과이익을 가져가고 누군가는 정당한 이익을 가지지 못하는 불합리한 구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화 ‘미생’을 그린 윤태호 작가 역시, 플랫폼이 과도한 권력을 지니며 작가 간 이해충돌이 일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배승익 대표는 플랫폼사가 과도하게 가져가던 권한을 창작자와 사용자가 수익을 나눌 수 있는 구조를 실현하고자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했다. 사용자간 보안이 강화된 블록체인 기술은 수익배분 문제에서도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었다.


배 대표가 새롭게 제시한 디지털 콘테츠 생태계인 ‘픽션네트워크’는 콘텐츠 제공자(창작자)와 사용자를 직접 연결하며, 콘텐츠의 소재, 장르, 프로모션 등 작품 관련 수익의 대다수를 창작자가 갖는다. 또 콘텐츠 유통에 필요한 업무들을 창작가, 번역가, 마케터, 홍보전문가 등 시장 참여자가 분산해 처리하며 수익을 나눠가질 수 있다.


배 대표는 “기존에는 플랫폼사가 제시하는 표준계약서에 작가가 응하는 수동적 형태였다면 픽션네트워크에서는 작가가 주체가 되어 조건을 제시하고, 작품을 공급할 수 있다”며 “웹소설 작가지망생이 오픈마켓에 들어와 다양성과 자유로움을 인정받으며 정당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러한 구조가 잘 갖춰져 운영된다면 콘텐츠 다양성과 접근 편이성이 높아져 장기적으로 플랫폼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배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플랫폼사의 권한이 강해지면 돈이 되는 콘텐츠, 유행에 민감한 콘텐츠만 살아남아 사용자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국내 영화계에 한때 유행처럼 불었던 조폭 바람이나 홍콩 누아르 영화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 생산과 유통 구조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픽션네트워크가 완성되면 각각의 콘텐츠들은 SDK(Software Development Kit)나 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통해 여러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어 플랫폼간 경계, 국내외 경계도 희미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배 대표는 “픽션 네트워크는 B2B형태로 픽션네트워크 SDK를 플랫폼에 붙이면 유저들이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알아서 볼 수 있다”며 “내년 1분기 테스트넷 오픈, 2분기는 콘텐츠 거래가 가능한 ‘마켓 플레이스’를 런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켓 플레이스’는 웹툰이 1000여개 정도 올라갈 예정이다. 콘텐츠 유통을 위한 파트너사간의 제휴도 끝났다. 월간지 ‘맥심’의 만화전문자회사인 맥심코믹스, 번역플랫폼 플리토(Flitto),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 아프리카TV, 도티와 잠뜰로 유명한 유튜버 샌드박스네트워크 등이 파트너사다. 프로젝트 개발을 위해 IMM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KTB네트워크, 유니온투자, 기업은행, 안강벤처투자 등으로부터 지난 5년간 100억원 정도 투자도 받았다. 이후 추가 자금조달은 ICO(프라이빗세일)를 통해 유치할 계획이다.


더불어 배 대표는 “해외에서는 대한민국에 블록체인 관련 우수한 인재가 많은 것을 보고 ‘크립토 해븐(암호화폐 천국)’이라고 부른다”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규제관점이 아닌 새로운 생태계, 일자리 차원에서 보고 다양한 기업이 참여해 산업을 성장 시킬 수 있도록 지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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