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불씨…김대영 지분의 최종 향배는
[기로에 선 이지스] ⑥ 제3자 매각 금지…우호적 FI 이용할 가능성

[편집자주] 이지스자산운용의 설립자인 김대영 이사회 의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리츠(REITs) 설립을 주도하는 등 국내 부동산 자산운용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했다. 호방하고 허물없는 그의 성격 덕분에 주위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고 기관투자가들은 자금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 의장의 별세는 전설의 퇴장과 함께 이지스자산운용에 남겨진 이들에게는 과제를 안겨주었다. 김 의장 사후에도 성장 가도를 이어갈 수 있을지, 경영진에 변화는 없을지, 2세를 대상으로 한 지분 증여는 원만하게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이지스자산운용(이하 이지스)의 창업자인 김대영 의장의 별세 후 그의 지분이 모두 부인에게 넘어갈 예정이지만 아직 불씨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김 의장 부인도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지분 상속은 완전한 해결책이 아닌, ‘시간벌기’ 성격이 강하다. 지분 상속을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관심사다. 시장에서는 김 의장과 조갑주 대표 일가의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상속세 최고 세율 적용, 5년 납부 택할 듯


김 의장의 이지스 주식은 38만2120주로 지분율로는 45.5%다. 일단 김 의장은 아들과 딸 등 자녀들에게는 주식을 전혀 넘기지 않기로 했다. 대신 그의 부인에게 모두 주식을 상속할 예정이다. 정확한 상속세 규모를 추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지스의 실적 규모를 감안하면 3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가 30억원을 초과할 경우 가장 높은 등급의 과세표준이 적용돼 기본세율 50%를 적용받는다. 가업상속공제혜택 적용 시 실제 부담하는 상속세 최고 세율은 65%까지 치솟는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김 의장의 부인은 그동안 김 의장이 받은 배당금을 통해 상속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장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이지스에서 18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이 기간 동안 이지스는 매년 12억원 안팎의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성향은 2015년과 2016년에는 18~19%, 지난해에는 9.1%를 기록했다.


2014년 김 의장의 정확한 지분율이 확인되지 않지만 2015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가정할 경우 이때도 약 5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되면 배당금 총액은 23억원으로 늘어난다.


만약 배당금으로도 상속세를 한 번에 납부하지 못할 경우 분납도 가능하다. 상속세 납부액이 2000만원 이상일 경우, 상속인 전원이 신청하고 납세보증보험증권 등 담보를 제공한다는 조건 하에 5년 분납을 할 수 있다. 총 6번으로 나눠 첫 회에 6분의 1을 납부하고 5년간 5회 나누어 납부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김 의장 부인이 배당금을 추가로 수령해 부족한 상속재원을 채울 수 있다. 최근 이지스 실적이 증가추세이기 때문에 배당금이 매년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상속세 연 이자율은 시중은행 예금금리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기준금리에 따라 이자율도 변동한다.


5년 분납으로도 상속세 납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김 의장 지분은 제3에게 매각할 수도 있다. 이지스 관계자는 “상속재원이 부족할 경우에는 일부 지분을 우호적인 재무적 투자자(FI)에게 넘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갑주 대표, 권한 줄이기


문제는 이지스의 지배구조 이슈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최대주주에 해당하는 김 의장의 지분이 부인에게 넘어갔지만 현재 상태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김 의장 부인이 보유한 지분이 어디로 넘어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유력한 후보는 조갑주 대표다. 그는 지분 12.3%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김 의장 일가와 함께 상호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걸림돌도 없다. 이들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는 원칙에 합의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이지스 지분의 제3자 매각을 금지시켰다.


다만 조 대표가 김 의장 지분을 모두 인수할 경우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소유와 경영을 모두 맡게 된다. 이는 김 의장의 유지와도 어긋난다. 확률적으로도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다. 조 대표는 “오너는 이지스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에게 맡긴다는 것은 김 의장과 내가 100% 동의한 경영철학”이라며 “이 원칙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가 2대 주주로 자리하면서 소유와 경영을 함께 하고 있다는 점도 장기적으로는 부담이다. 이를 의식한 듯, 조 대표는 김 의장 사후 자신의 직함을 경영총괄에서 경영지원으로 바꿨다. 자신이 책임지는 경영의 범위를 줄이고 역할과 책임을 다른 부문 대표들에게 최대한 넘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조 대표도 김 의장 별세 후 자신이 이지스의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김 의장 부인의 지분을 PE(Private Equity) 등 제3자에게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경영권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우호적인 재무적 투자자(FI)를 영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김 의장과 조갑주 대표가 합의한 ‘제3자 매각 금지’ 조항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김 의장 부인도 상속세가 부족할 경우 FI를 영입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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