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양회 레미콘 분할, 후계구도 확립 신호탄 되나
통합 레미콘 사업부 매출, 시멘트 사업부와 맞먹어

[권일운 기자]
성신양회의 레미콘 사업 분사는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장남이 시멘트 부문을, 차남이 레미콘 사업을 각각 물려받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성신레미컨 분할을 계기로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성신양회의 최대주주는 창업주 3세인 김태현 사장(12.12%)이다. 김 사장은 20대 때부터 부친인 김영준 회장으로부터 성신양회 주식을 증여 받아 지분을 늘려 나갔다. 부친보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된 시점은 지난 2016년이었다. 김태현 사장은 당시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서 분리한 신주인수권(워런트)을 활용, 신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성신양회의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하지만 성신양회가 완벽한 3세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영준 회장은 여전히 대표이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김태현 사장은 16년이나 재직하고 있으면서도 아직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11.5%에 달하는 김영준 회장의 지분이 어떤 방식으로 증여 또는 상속될지도 불확실한 상태다.


물론 김태현 사장이 성신양회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데 대한 이견은 적다. 전례를 고려할 때 김영준 회장이 보유한 성신양회 지분은 대부분 김태현 사장이 물려받게 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높다.


문제는 김태현 사장과 6살 터울인 차남 김석현 전무다. 김석현 전무 역시 8년 전부터 성신양회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하지만 성신양회 지분이 3.76%에 불과해 김태현 사장과의 격차가 상당하다. 김영준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전량 차남에게 물려준다고 하더라도 상속세나 증여세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김태현 사장을 능가하는 지배력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다.


이 같은 역학관계로 인해 김석현 전무가 성신양회의 후계 구도에서 어떤 존재감을 나타낼지에 대한 시나리오는 여러 갈래로 펼쳐졌다. 그 가운데 하나가 김태현 사장이 모체인 시멘트 부문을, 김석현 전무는 사업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레미콘 부문을 물려받는다는 것이었다.


김석현 전무가 지난 2009년 개인 명의의 레미콘 회사를 설립하면서 이 같은 구도는 현실화되는 것처럼 보였다. 김석현 전무가 100%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진성레미컨이라는 법인의 명칭은 성신양회가 레미콘 사업에 진출하면서 인수합병(M&A)을 단행한 진성레미콘의 사명을 차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성신양회와 진성레미컨은 직접적인 지분관계가 없지만 사실상 계열로 분류된다. 진성레미컨은 일단 성신양회의 주요 생산 거점과 인접한 충청북도 충주를 거점으로 출범했다. 성신양회와 진성레미컨 간에 상당한 규모의 매출과 매입 거래가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성신양회의 시멘트를 공급받아 레미콘을 생산해 판매하는 진성레미컨의 연간 매출액은 400억원 가량이다.


하지만 성신양회의 레미콘 사업부 매각 시도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이 같은 청사진에 균열이 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성신양회는 시멘트 사업에 비해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적다는 이유로 일부 사업장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차남 몫으로 거론돼 온 레미콘 사업부가 사라질 경우 성신양회를 김태현 사장이 독식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성신양회는 결국 1년여 만에 레미콘 사업부 매각 방안을 거둬들였다. 대신 사모펀드(PEF)에 출자하는 형태로 한라그룹의 레미콘 부문 계열사를 M&A해 몸집을 불리는 전략을 택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시멘트 업계의 연이은 합종연횡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상황에서 레미콘 사업 확대로 돌파구를 찾아야만 한다는 절실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신양회는 곧이어 레미콘 부문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될 성신레미컨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성신양회의 레미콘 부문 자산을 물적분할한 법인인 성신레미컨으로 이전시키는 구조다.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한라엔컴 역시 성신레미컨의 자회사로 편입하거나 성신레미컨과 합병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성신레미컨 출범은 김석현 전무에게는 상당한 기회요인이 될 전망이다. 레미콘 부문을 독자적으로 떼어내 자신의 몫으로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다. 이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보유한 진성레미컨 지분을 성신레미컨에 현물출자할 경우 직접적인 지배력을 확보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진성레미컨 지분을 성신레미컨에 매각해 성신양회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는 방안도 있다.


성신레미컨·한라엔컴·진성레미컨 통합 법인은 성신양회의 시멘트 부문 못지 않은 규모의 레미콘 전문 기업이 될 전망이다. 이들 3개 법인의 지난해 매출액을 합산하면 약 46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난다. 성신양회 시멘트 부문은 지난해 매출액이 4765억원(회사분할 공시 기준)으로 불과 100억원이 많다. 김석현 전무가 통합 레미콘 법인을 물려받게 된다면 형인 김태현 사장의 성신양회와 적어도 매출 측면에서는 동일한 규모의 기업을 이끌게 된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