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에 꽂힌 ‘하나금융지주’, 투자 확대 나섰다
1100억 모펀드 결성 이어 신기사 설립…일각 “정부 코드 맞추기” 지적

[딜사이트 류석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벤처투자의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잇따라 벤처투자에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는 등 관련 업계에서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지주의 벤처투자 확대가 다소 무리한 현 정부 '코드 맞추기'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그룹 전사 차원에서 벤처투자 확대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 예년과 다르게 벤처투자 관련 예산 집행을 눈에 띄게 늘려나가며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그동안 활발하게 진행해온 간접투자뿐 아니라 이제는 직접투자 비중도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하나은행은 지난 8월 한국벤처투자와 함께 1100억원 규모 민간 모펀드(Fund of Funds)인 'KEB하나-KVIC 유니콘 모펀드'를 결성했다. 하나은행이 1000억원을, 한국벤처투자가 100억원을 출자했다.


KEB하나-KVIC 유니콘 모펀드는 각 자펀드에 최대 40%를 출자해 최소 2750억원 규모로 최종 결성할 계획이다. 유니콘기업의 성장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1000억원 이상의 대형펀드를 출자 대상으로 삼았다. 용윤중 한국벤처투자 투자운용본부장이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았으며 기준수익률은 6%로 설정됐다.


하나금융지주는 앞선 펀드 유한책임출자자(LP) 참여와 같은 간접투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펀드 운용사로 나서는 등 직접투자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지주 내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인 하나금융투자는 벤처캐피탈인 마그나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2018 하나-마그나 스타트업 펀드(약정총액 : 320억원)'를 결성하고 초기기업 투자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신기사 라이선스를 취득한 하나금투는 이번 스타트업펀드 공동 운용을 계기로 향후 단독 벤처조합 결성 등 본격적인 벤처투자 활동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지주는 직접 자본금 300억원 규모 신기사인 '하나벤처스' 설립도 완료했다. 자본금 300억원 전액을 하나금융지주가 출자해 100% 자회사가 됐다. 하나벤처스는 앞으로 모회사의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형 벤처펀드 결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하나금융지주는 산하에 2개의 신기사를 보유하게된 금융지주라는 첫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가 그룹 전사적인 차원에서 벤처투자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순 LP 참여를 넘어 직접 벤처투자 전면에 나서서 기업들을 육성해보려는 욕심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상반기 일어난 하나은행의 채용 비리 의혹과 벤처투자 확대 정책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적극적인 현 정부 코드 맞추기 일환 아니냐는 주장이다. 올해 초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특혜 채용 비리 의혹에 연루됐었다. 김정태 회장은 최근 채용 비리와 관련해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며 함영주 행장은 이 사건으로 서울서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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