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신텍 M&A 리뷰8] 지켜지지 않은 약속
사채업자, 유동성 급한 신텍에 11억 선이자 요구…미리 받은 담보 '소유권 주장'


[편집자주] 발전설비 제조업체 신텍이 한솔그룹의 품을 떠난지 3개월만에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사업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매각하자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결국 경영권이 바뀐지 얼마 지나지 않아 최종 부도 처리 됐다. 코스닥 상장사의 지위 마저도 잃었다. 팍스넷데일리는 무자본 M&A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이고 있는 신텍 M&A거래를 다시 되짚어 본다.



[딜사이트 박제언 기자] 부도 직전, 김명순 대표는 신텍(옛 한솔신텍)의 운명을 사채업자 A씨에게 맡겼다. 1차 부도를 막기 위한 자금 112억원을 A씨에 빌리기로 했다. 달리 돈을 조달할 곳도 없었다.


문제는 차입 조건이었다. 시중 은행은 기업 대출시 부동산이나 매출채권 담보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제도권 사채업자들은 일반적으로 시중 은행보다 더 많은 담보와 더 높은 금리를 채무자에게 요구한다.


사채업자 A씨도 그랬다. 김명순 대표에게 선이자와 매출채권 양도를 요구했다. 벼랑 끝에 몰린 신텍이 빠져나갈 수 없는 선택을 하게끔 조건을 제시한 셈이다.


선이자는 전체 금액의 10%였다. 전체 차입 예정금액이 112억원이었으므로 11억2000만원의 선이자를 주문했다. 유동성이 급했던 신텍으로서는 무리한 요구였다.


양도를 요청한 매출채권 규모는 325억원어치였다. 신텍이 차입할 금액의 3배 가까운 금액이었다. 해당 매출채권에는 한국남부발전과 SK건설 등이 포함돼 있었다.


김명순 대표는 이같은 요구에 선뜻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하게 된다. A씨로부터 부도를 막을 112억원을 받기도 전에 매출채권 325억원어치를 양도한 것이다.


매출채권을 받은 A씨는 신텍의 매출처에 '채권양도통지서'를 배포한다. 배포일은 6월22일로 최종 부도일인 6월26일보다 나흘전이다. 신텍에 돈을 빌려주기도 이전에 담보로 받은 매출채권의 소유권을 주장한 셈이다. 이같은 A씨의 행동을 김명순 대표가 알았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김명순 대표는 다른 경영진에게 이같은 차입 조건을 최종 부도 당일 오후에야 실토했다. 그리고 이사회 결의를 요청했다. 선이자 지급과 매출채권 양도에 대해 이사회에서 결의했다고 증빙을 남기려 했다. 부도를 막을 수있는 A씨의 요구였다는 설명도 경영진에게 했다.


이사회 멤버였던 김유상 공동 대표는 자칫 배임이 될 수 있다며 이사회 결의를 반대했다. 우선 차입 조건이 터무니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A씨의 자금력이나 대출실행 진정성도 믿을 수 없었다. 최종 부도를 몇 시간 앞두고 갑자기 이사회 결의를 요구했다는 점이 석연치 않았다. 이같은 의견을 내자 김명순 대표는 곧바로 이에 수긍했다. 끝내 신텍 이사회는 열리지 않았고 신텍은 A씨로부터 부도를 막을 돈을 받지도 못했다.


부도 이후, A씨의 또다른 대출조건도 드러났다. 이는 신텍이 A씨에게 부도 이전인 5월 빌렸던 40억원에 해당하는 조건이다. 대출금리는 연 24%의 이자와 연체이자 24%, 즉 최대 48%의 높은 이자였다. 여기에 신텍 매출채권 45억원어치를 담보로 제공받았다. 변제 기일은 A씨가 '채권양도통지서'를 매출처에 배포했던 6월 22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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