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감원장, 금융사와의 전쟁 선포…쟁점은?


[정혜인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사와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감독 혁신 과제’를 발표했다. 불완전 판매, 대출 금리 부당 부과 등의 감독 강화와 분식회계 감독, 근로자추천이사제 시행 등과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 소비자 보호 강화


윤 원장은 금융 상품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소비자에 판매하는 불완전 판매 관행을 지적했다. 가계 부채 증가, 삼성증권의 배당 사고, 일부 은행 금리 조작 등의 최근 이슈들을 토대로 금감원이 금융사 관리에 직접 개입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금융회사별 소비자 보호 장치에 대해서도 등급을 매긴다. 평가 결과가 좋지 않은 금융회사는 소비자 보호 자문관을 파견해 감시하게 된다.


또 경남은행을 비롯해 대출 금리를 부당하게 부과하는 사례가 적발된 만큼 관련 조사 대상을 하반기 모든 은행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키코(KIKO) 사건 재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키코는 달러 등 외화 가치가 특정 범위 내에서 움직일 때 수출 기업들이 환율 변동에 따른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해주는 파생 금융상품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달러 값이 폭등하면서 수출 기업들이 손해를 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쟁’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회사를 시장 경제 흐름에 자연스럽게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 분식회계 ‘OUT’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로 촉발된 분식회계 우려를 근절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회계부정을 저지른 것에 대한 제재도 강화한다. 일정 금액 이상 고의적 분식회계를 저지른 경우 회사규모에 상관없이 엄중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윤 원장은 “4분기부터 고의적 회계부정을 저지른 기업 및 경영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50억원 등 일정 금액 이상 고의적 회계분식을 저지른 경우 회사 규모에 관계없이 엄중 조치한다. 임원 해임권고시 직무정지 병과, 회계법인 대표이사에 대한 제재 부과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분식회계 발생 시 광범위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대기업에 대한 회계 감시망도 대폭 확충한다. 산업별 특성과 시장지표 등을 활용한 밀착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50대 기업 등에 1인1사씩 담당자를 지정해 공시 내용과 주가 등 특이사항 발생 여부를 집중 모니터링 할 예정이다.


◆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근로자추천이사제를 통해 CEO의 셀프 연임도 방지한다. 향후 최고경영자(CEO) 선임절차, 경영승계 계획 등과 관련 지배구조법 준수실태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또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전담하는 전문검사역 제도도 내년 상반기 신설된다.


근로자추천이사제는 말 그대로 근로자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이사회에 참여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하면서 사외이사 후보군의 다양성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근로자추천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도입 움직임이 확산되고 금융권에서도 KB금융지주 등에서 노조가 주주제안 안건으로 주총에 들고 나오는 등 논쟁에도 불이 붙었다.


앞서 지난해 말 금융당국은 민간 금융회사와 지배구조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금감원은 금융지주사의 셀프 연임 문제를 지적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고 금융회사에선 ‘관치’라고 반발했다.


과거 윤 원장이 이 제도를 권고하면서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며 거부했던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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