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면 말고’ 적대적 M&A…애꿎은 투자자만 피해


[이정희 기자]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휘말린 기업들이 주가하락, 거래정지 등 각종 악재에 정체되면서 해당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M&A에 정통한 회계 전문가는 “적대적 M&A를 진행하는 주체는 주가 상승, 이익 창출에 도움이 되는 요소라면 무엇이든 한다”며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진 아이칸은 보유했던 애플의 주식을 전량 매도해 차익을 챙겼지만, 주가 변동성에 따른 피해는 투자자 몫이었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사업다각화를 내세우며 골프장 인수에 나섰던 디엔에프는 결국 인수에 실패, 인수무산의 불똥은 회원들에게 튀었다. 신사업 무산으로 디엔에프 주가도 52주 최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4일 종가 기준 1만800원으로 연초 고점대비 30% 넘게 추락했다. 디엔에프는 충북 청주에 위치한 골프장 ‘떼제베컨트리클럽’ 인수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주식, 채권 등 매도를 희망하는 회원들에게 매입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최종 인수에 실패했으며 기존 회원들에 대한 보상책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 조달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당시 디엔에프가 떼제베CC 경영권 확보를 위해 매입해야 했던 400만주의 가격은 약 26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현금성자산은 약 98억원, 단기금융상품 117억원 수준으로 사실상 자금력을 총동원해야 가능하다.


경남제약 역시 경영정상화를 위해 이례적으로 공개 M&A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올해 경남제약은 중국 진출 소식로 공격적인 경영행보를 보이겠다고 선언하며 지난 2월 주가가 최고 18600원까지 급등했지만, 허위매출 작성 의혹으로 현재 3개월 이상 주권매매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소액주주들은 경영정상화와 거래재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잠재적 인수자가 경남제약 인수를 위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매매 등에 사용해야 하는 최소 가격은 317억원이다. 앞서 이희철 전 대표가 횡령·배임·탈세 등 혐의로 고발당하면서 회사 측은 최대주주 공개모집으로 경영정상화에 나섰지만, 이해당사자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공개매각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와이커머스는 잦은 경영권 분쟁으로 최근 1년간 주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년사이 회사 주인이 세 번이나 바뀌면서 4일 종가기준 3380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5월부터 말까지 지와이커머스의 최대주주는 금상연 씨에서 씨피어쏘시에이츠, 다시 차이나 이스트 골드-컬렉션으로 바뀌었다. 다시 올해 2월에는 지파이브조합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현재 지파이브투자조합는 지와이커머스 보유주식 208만3000주를 담보로 대출금 204억원의 대출 연장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슈퍼개미’ 경영참여 선언으로 적대적 M&A에 노출됐던 우노앤컴퍼니와 동원금속 등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주가 급락을 면치 못했다.


우선 우노앤컴퍼니의 2대주주 김승호 씨는 지난 2013년, 지분 5% 보유를 시작으로 주주제안 등을 통해 경영권 분쟁을 4년간 지속했다. 올해 2월 최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이 과정에서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동원금속은 2세 경영인 이은우 대표와 개인투자자 손명완 씨 사이 경영권 분쟁에 불이 붙었다. 손명완 씨는 경영참여 선언 후 지분율을 32.77%까지 늘렸지만, 동원금속 측이 유상증자로 경영권 방어에 나서면서 손을 뗐다. 이에 손 씨는 지난 1월 보유주식 전량을 매도해 기존 3000원대에서 형성된 주가가 1700원대로 급락하기도 했다.


피에스엠씨도 두 번의 적대적 M&A에 휘말렸다. 지난 2015년 비상장사인 리차드앤컴퍼니가 적대적 M&A를 시도했지만, 법원이 소송을 기각하며 마무리됐다. 최근에는 상장사 이에스브이가 적대적 M&A 인수를 선언,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현재 주가는 700원대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역시 무리한 M&A로 손해를 입기는 마찬가지”라며 “기존 경영권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에서는 리스크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적대적 M&A 시도 자체가 기업의 경영권이나 존속성에 문제가 있음을 외부로 드러내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근본적인 대책은 기업이 적대적 M&A에 노출되지 않도록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안정적인 최대주주 지분율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학계에서는 기업이 적대적 M&A에 대응할 수 있도록 차등의결권, 포이즌 필, 황금주 도입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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