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SK이노베이션, 인력 전쟁 ‘격돌’
배터리 전문 인력 이동 경고장…관건은 핵심기술 활용 여부


[딜사이트 정혜인 기자] LG화학SK이노베이션에 경고장을 들이밀었다. LG화학이 선두에 서서 자동차 배터리 기술을 개척해나가는 동안 SK이노베이션이 주요 인력들을 빼앗아갔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경험이 전무한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시장에 진출한 시점부터 인력 이동이 잦아졌고, 이에 따른 각종 트러블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냉철하게 따져보면 인력 이동이 문제가 아니라, LG화학의 핵심기술을 SK이노베이션이 활용했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국내 업체 중 전기차배터리 분야 선두업체는 LG화학과 삼성SDI다. 이들의 배터리 기술력은 모바일 사업이 본격화됐던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LG전자, 삼성전자의 모바일 생산제품에 소형전지를 납품하는 형식으로 사업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기차 시장이 점차 확대되자 기존 소형전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기차용 2차전지 기술을 개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후발주자다. 2011년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 시험가동을 시작으로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앞서 언급한 업체들처럼 소형전지 사업을 영위한 경험은 없다. 그래도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을 등에 업으면서 나름 선방한 수주 실적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의 수주잔량은 2017년 65GWh에서 작년말 325GWh로 5배 가까이 확대됐다.


LG화학 역시 이 부분에 문제를 제기했다. 수주 실적이 급격히 증가한 시점이 LG화학의 2차전지 핵심 인력과 기술을 빼간 시점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LG화학SK이노베이션이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이 유출된 구체적인 자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2017년부터 지금까지 LG화학 인력 76명을 빼갔으며, LG화학이 특정 자동차 업체와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핵심 인력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이 경력 채용 과정에서 관련 기술경험을 자세하게 기술하라 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업계는 충분히 예견했던 문제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파우치 형태(삼성SDI의 경우 각형 배터리)의 배터리를 제조하고 있고, 주력 고객사는 다르지만 겹치는 고객사가 상당하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관건은 SK이노베이션LG화학의 핵심기술을 적용했는지 여부다. 두 회사 모두 배터리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특허개수는 1만6685건이며 SK이노베이션은 1135건의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기술은 특허로 출원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LG화학의 핵심기술을 그대로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에 적용했다면 SK이노베이션도 두 손 두 발을 들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이동에 따른 트러블은 터질 게 터진 것”이라며 “관건은 핵심기술이 옮겨갔는지에 대한 여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양측의 입장이 팽팽해 소송이 장기화될 수도 있어, 국내 배터리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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