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대규모 유상증자 불발되나
금융위, KT의 한도초과보유 승인신청 심사 ‘조건부’ 중단 결정


[딜사이트 김세연 기자] 국내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은행(이하 케이뱅크)의 대규모 유상증자와 최대주주 변경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증자를 통해 자본잠식 해소와 안정적인 운영자금 확보는 물론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인 KT의 지분확대를 기대했지만 금융당국이 KT를 둘러싼 의혹과 검찰 수사 등의 부담 해소를 선결조건으로 내걸며 ‘조건부’ 심사 중단을 결정해서다.


17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KT의 케이뱅크에 대한 한도초과 보유 승인신청 심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심사과정 중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혐의로 KT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은행법 시행령(제4조의 3)과 은행업감독규정(제14조2제3호) 요건에 해당하는 만큼 승인 심사 절차를 중단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은행업 감독규정상 한도초과보유승인 심사는 금융위,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검찰청 등의 조사가 진행되고 해당 결과가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 중단될 수 있다. 은행법과 인터넷은행 특례법에서도 지분의 10%를 초과 보유한 주주의 한도초과보유 요건에서 5년간 금융 관련 법령·공정거래법·조세범처벌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오는 25일 5920억원의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최대주주로 올라설 KT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검찰 수사 등의 악재 해소를 먼제 해소하라는 지적이다.


KT는 지난 2016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7000만원의 벌금형을 부과받은데 이어 최근에는 정부 입찰을 둘러싼 담합 의혹에 휩싸여 왔다. 황창규 KT 회장 역시 경영고문 로비 의혹으로 피소된 점도 대주주 적격을 심의해야 하는 금융당국으로서는 부담이 됐다는 전망이다.


금융위의 심사 중단 결정으로 오는 25일로 예고된 케이뱅크의 대규모 유상증자는 연기가 불가피해 졌다. 유상증자가 KT의 지분 확대를 위해 계획된 만큼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격성을 부여받지 못한 상황에서 KT가 납입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케이뱅크가 금감위의 심사 결과에 따라 증자 납입 시기의 조정을 고려해 온만큼 증자가 불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케이벵크는 증자 결정당시 증자 참여자들과 협의해 금융당국의 결정에 따라 시기를 6월말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단서 조항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우려했던 심사 중단으로 당장 기대됐던 운영자금 확보에는 난항이 예고된다. 지난 2017년 출범이후 적자를 지속해온 케이뱅크는 대출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수차례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해 왔다. 지난 9일에도 주요 대출 상품인 '직장인K마이너스통장'과 '직장인K신용대출' 등의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출시 2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리뉴얼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는 대출재원 고갈을 우려한 사전 작업으로 보고 있다.


물론 빠른 심사 재개도 가능하다. 금융위원회는 "심사중단 사유가 해소되면 즉시 심사를 재개할 것"이라며 "조사 등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승인 처리기간(60일)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승인 불가가 아닌 '조건부' 심사중단 결정이란 점에서 황창규 KT회장을 둘러싼 검찰조사가 마무리되고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등 각종 악재가 해소될 경우 심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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