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4월의 온도차
같은 날, 다른 분위기 #엇갈린 운명 #데자뷰
(사진=뉴시스)


[딜사이트 류세나 기자]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반도체 추락으로 이익이 반토막 난 삼성전자는 웃고, 생활가전 최대 실적을 기록한 LG전자는 울었다.


지난 한 달간 삼성전자LG전자의 분위기가 묘하게 엇갈렸다. 월초부터 두 회사간 온도차가 갈리더니 4월의 마지막 날까지 비슷한 분위기가 줄곧 유지됐다.


◆ 5G 상용화…LG전자, ‘꿔다 놓은 보릿자루’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최근 정부 눈높이를 겨냥한 맞춤형 기업 전략으로 이슈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동조의 의미를 담은 시그널을 연거푸 보내고, 133조원에 달하는 투자 보따리도 풀겠다고 공언했다.


시장의 시선은 온통 삼성으로 향했다. 지난달 8일 세계 최초 5G 통신 상용화를 기념해 정부 주최로 열린 행사 때도 그랬다.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한 대형 이벤트였다.


삼성전자LG전자는 단말기 제조사 자격으로 나란히 초대받았지만, LG전자는 빈 손으로 온 손님 격이었다. 원활한 5G 통신 가능 여부는 차치하고, 개통 가능한 국내 5G 단말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5G’가 유일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행사를 두고 ‘LG전자가 들러리 같았던 행사’라고 표현했다. 이는 같은 자격으로 초대받았지만 이미 상용화 제품을 내놓은 삼성전자와는 격이 달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로부터 한 달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LG전자의 첫 5G 폰은 여전히 미출시 상태다.


삼성전자, 실적 반토막에도 ‘잔칫집’


같은 달 30일, 두 회사가 나란히 1분기 실적 성적표를 공개했을 때도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을 통해 예고했던 대로 작년대비 60% 이상 줄어든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과 순이익도 각각 13.5%, 56.9%씩 축소됐다.


작년 4분기와 비교해도 매출 11.6%, 영업이익 42.3%, 순이익 40.4%씩 줄어 들어 국내 1위 기업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반도체에 기대 드라마틱한 성장을 거듭했던 것을 고스란히 토해내듯 쪼그라들기도 한순간이었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스마트폰 사업을 이끄는 IM부문 영업이익이 9분기 만에 2조원대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반대로 LG전자에 있어 스마트폰(MC) 부문은 고질적 아픈 손가락이다. 하지만 생활가전 분야에 있어선 올 1분기 LG전자의 경쟁력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1분기 미세먼지 등 국가 차원의 환경이슈가 맞물리면서 건조기, 스타일러, 공기청정기 등과 같은 LG전자의 신(新)가전 제품 실적이 크게 확대됐다.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각각 11.0%, 30.5%씩 늘었다.


TV사업을 맡고 있는 HE본부의 실적까지 합산해도 매출은 4.7%, 영업이익도 5.0% 늘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소비자가전(CE)부문 매출이 3.0%, 영업이익이 0.3% 확대된 것에 비교하면 선방한 수치다.


그러나 이날의 스포트라이트 역시 실적 죽 쓴 삼성전자 차지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삼성전자 국내 공장을 찾아 반도체 1위를 향한 삼성의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히면서 진정한 승자는 삼성전자였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 선고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올해만 벌써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이 성사됐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모든 이슈를 집중시키면서 LG전자로서는 ‘국내 스마트폰 생산라인 철수’ 등 부정이슈가 상대적으로 덜 부각돼 다행스러운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달 출시 예정인 첫 5G폰 ‘V50 씽큐’의 흥행 여부에 따라 LG전자의 핵심사업 구도 재편 여부도 갈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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