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변수…KCGI 선택은
오너일가vs2대주주, 한진칼 경영권 분쟁 가능…강성부 움직임 ‘주목’


[딜사이트 정혜인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타계로 자녀들의 지분 축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강성부 펀드(이하 KCGI)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 씨 삼남매와 2대주주인 KCGI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양호 회장 자녀들의 지배력은 상당히 취약하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한진칼 지분 2.3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각각 2.31%, 2.30%를 보유하고 있다. 삼남매 지분을 합하면 약 7%다. 반면 조양호 회장의 지분은 17.84%(우선주 포함 20.24%)다.


삼남매가 조양호 회장의 주식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조양호 회장 지분가치의 50%가 넘는 금액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상속세는 약 1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삼남매가 이를 지불할 능력이 안 된다면 조양호 회장 지분 중에서 절반 이상을 반납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눈길은 2대주주인 KCGI에 쏠린다. 삼남매의 주식이 축소된다면 한진칼 2대주주인 KCGI와 지분율이 거의 비슷해진다. KCGI는 지난 11월14일 한진칼 주식 532만2666주 취득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려왔다. 현재 총 804만2835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분율은 13.47%이다. 이외에도 물류사업 지주사인 ㈜한진 역시 10.1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삼남매의 지분이 15~20% 수준으로 줄어든다면 2대주주인 KCGI와의 표 차이가 크지 않다.


한진그룹의 주가 흐름도 조 씨 일가에 불리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한진그룹의 주가가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급등했다. 작년 11월 2만2000원대였던 주가는 조양호 회장이 별세한 지난 8일 3만400원을 기록하면서 30% 넘게 올랐다. 조씨 삼남매는 조양호 회장의 타계 전후 주가의 평균을 계산해 지분가치를 계산하는 만큼 주가가 상승하면 내야 할 세금은 더 늘어난다.


반면 KCGI는 갑작스러운 조양호 회장의 타계로 한진칼 주가가 급등하면서 지분가치가 높아졌다. 게다가 존재 자체만으로 조 씨 삼남매에 점점 더 위협적인 세력으로 거듭났다. KCGI의 다음 움직임에 따라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수도, 한진그룹의 경영진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앞으로의 KCGI 움직임에 다양한 예측을 내놓는다. 단 5개월 만에 지분가치가 수백억원 가까이 오르면서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내용에 따르면 KCGI가 한진칼 지분 취득을 위해 총 2081억원, ㈜한진 지분 취득을 위해 423억원을 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10일 한진칼이 3만2000원대, ㈜한진이 4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KCGI의 한진칼, ㈜한진의 지분가치는 5개월 만에 500억원 가까이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KCGI가 엑시트 할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강성부 펀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기적인 주가 상승이 아닌 실질적인 기업가치 제고이기 때문이다.


영향력이 막강해진 KCGI는 조 씨 일가를 상대로 더 강력한 주장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표대결에서 승리하기 어려운 오너일가가 더 이상 주주의 제안을 거절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KCGI가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더 확보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CGI는 한진그룹의 이익 규모, 현금 창출능력 등 실질적인 지표를 개선한 뒤 실질적인 기업가치와 그에 맞는 주가가 형성될 시점에 지분을 조씨 일가나 제3자에게 매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KCGI가 삼남매를 향해 어떤 제안을 펼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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