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한진칼, 석태수 사내이사 연임
국민연금 제안 ‘이사 자격 정관 일부 변경’, 부결


[딜사이트 권준상 기자] 한진칼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석태수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연임이 가결됐다. 3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6.7%)이 제안한 이사 자격 관련 정관 일부 변경은 부결됐다. 이틀 전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양호 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 부결이란 결과를 받아 들었던 한진그룹은 한진칼 주총 결과로 그나마 위안을 삼게 됐다.


29일 서울 중구 소공로 소재 한진빌딩에서 개최한 한진칼 주총은 의결권 있는 주식수(5917만435주)의 77.18%(위임장 포함)가 참석하며 보통결의와 특별결의 조건을 모두 갖춘 상황에서 개회됐다. 위임장 확인절차 문제로 예정보다 35분 늦게 개회하는 등 미숙한 진행 탓에 일부 주주의 항의가 이어진 상황에서 시작된 주총은 부의안건으로 오른 각각의 의안에 대한 현장투표를 거치면서 개회 2시간20분 만에 종료됐다.


주총은 의장으로 나선 석태수 대표이사의 감사·영업·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에 대한 보고로 시작됐지만 각각의 부의안건별 주주간 공방이 이어지며 순탄치 않게 출발했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2대 주주 행동주의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지분 12.8%)의 신민석 부대표와 법률대리인 구현주 변호사가 주총장에 참석해 주요 안건에 대한 반대의견을 피력한 가운데 일부 주주들이 현장 표결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석태수 한진칼 대표는 안건별 현장 표결과 위임장으로 파악한 찬반을 반영해 표결 결과를 발표했다.


1호 의안 중 하나인 별도·연결재무제표 승인 건부터 주주간 공방이 오갔다. 신민석 KCGI 부대표는 한진칼이 지난해 말 단기차입금을 늘려 자산을 2조원으로 확대한 점을 지적하며 사측의 답변을 요구했다.


한진칼은 단기차입금 증액으로 자산총액이 2017년 1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166억원을 늘며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단기차입 확대가 주주제안을 무력화하기 위한 대응 조치인 동시에 감사 선임시 3%룰을 회피하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모든 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돼 조양호 회장 일가에 유리한 만큼 KCGI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조양호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28.7%다.


이에 대해 한진칼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의 금리 상승, 2019년 금융시장 경색 등이 예고됐다”며 “환경 악화 예고 속 12월 말에 700억원 규모의 채무액 상환, 2019년 2~3월에 1150억의 단기차입금 상환이 도래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절차”였다고 답변했다. 이어 “금융기관과 협의했고 정상적인 이사회 절차도 거쳤다”며 “단기차입금에 대한 선제적 조달”이라고 덧붙였다.


석 대표는 표결에 앞서 “이미 찬반 입장이 적힌 위임장이 있는 상황에서 주총 현장에서의 표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만큼 표결없이 통과시켰으면 한다”고 밝혔지만 주주들의 반대가 이어지며 결국 현장 표결이 이뤄졌다. 투표결과 출석 주식수의 77.88%가 찬성하면서 원안대로 가결됐다. 반대·기권은 22.12%였다.


이어 진행된 현금 배당에 대한 안건도 원안대로 가결됐다. 보통주 1주당 300원, 우선주 1주당 325원을 배당키로 한 안건은 참석주식중 찬성 78.68%, 반대 21.3%, 기권 0.01%로 집계되며 출석주식수의 과반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2호 의안인 정관 일부 변경의 건도 원안대로 가결됐다. 전자증권제도 도입에 따른 정관 일부 변경은 찬성 99.81%, 반대 0.19%로 가결됐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설치도 99.74%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반대는 0.26%였다.


자산총액 2조원 초과에 따른 감사위원회 설치의 건도 참석주주 78.61%가 찬성하며 원안대로 가결됐다. 감사위원회 설치로 한진칼은 정관상 기존 감사 조건을 삭제하게 됐다.


주총의 표결은 국민연금이 주주제안한 이사의 자격에 대한 정관 일부의 변경의 건(의안 2-4호)에서 정점을 맞았다. 국민연금은 앞서 한진칼 주총 안건으로 ‘이사가 배임, 횡령의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때 결원으로 본다’는 안건을 올렸다. 특별 결의사항인만큼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이 필요한 안건이다.


현재 한진칼의 대표이사 회장(사내이사)은 조양호씨로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조 회장은 2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 중이다.


한 주주는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은 특정기업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며 반대를 주장했다. 석 대표가 국민연금의 참석을 물었지만 관계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안건은 표결 결과 참석주식수 중 48.66%가 찬성, 반대 49.29%, 기권 2.04%로 집계되며 부결됐다.


주인기, 신성환, 주순식 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참석주식수의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서 원안대로 가결됐다. 표결에 앞서 KCGI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한누리의 구현주 변호사가 “주순식 사이이사 후보는 현재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 회장을 변호하는 법무법인 율촌 고문으로 이해상충의 문제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주인기 씨는 참석주식수의 78.13%, 신성환 씨는 77.41%, 주순식 씨는 58.64%의 찬성표를 얻었다.


다음으로 석 대표의 사내이사 연임에 대한 안건을 다뤘다. 석 대표는 “재선임되면 더욱 투명하고, 책임경영을 해 회사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주주권익확대 등 중장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민기 KCGI 부대표는 “석 대표이사는 한진해운의 파산과 한진해운 지원으로 대한항공의 신용등급 하락 등이 발생한데 책임이 있다”며 “사내이사로서 부적합하다”고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표결 결과 참석주식수의 65.46%가 찬성해 석 대표의 연임안은 통과됐다.


주총에서는 사외이사의 감사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 한도(50억원) 승인의 건, 감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사외이사의 감사위원 선임의 건은 61~81%의 찬성표가 나왔고, 이사 보수 한도의 건은 69% 가량의 찬성표가 나와 통과됐다. 감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은 감사위원회 설치로 기존 감사인 윤종호 씨의 올해 1~3월까지의 보수 4000만원에 대한 것으로 참석주식수의 78.94%가 찬성해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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