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조양호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반대”
27일 주총 개최 대한항공 “신중한 판단 아냐” 유감 표명


[딜사이트 권준상 기자] 국민연금기금(국민연금)이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낙관할 수 없게 되면서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26일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 안건 중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에 대한 의결권행사 방향에 대해 심의를 진행한 결과,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수탁위는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은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의 침애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2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 중이다.


앞서 한진그룹 내부에서는 한진칼보다 대한항공 주총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때문이었다. 그룹 관계자는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고 밝혔었다.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대한항공의 지분 11.56%를 쥔 2대주주 국민연금의 결정이 중요한 상황이었다. 대한항공의 등기이사 재선임은 주총 특별결의사항으로, 과반수 출석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우군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방향을 반대로 표명하면서 대한항공은 주총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33.74%를 보유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의 반대표명으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될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일부 주요 해외기관투자자들이 조 회장의 재선임에 대해 반대입장을 피력했고,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56%의 지분을 쥐고 있는 기타 소액주주들로부터 위임장 확보에 나선 점도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한 국민연금의 반대입장 선언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은 장기적 주주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사전 의결권 표명은 위탁운용사, 기관투자자, 일반주주들에게 암묵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조 회장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법적 가치마저 무시하고 내려진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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