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유통 주총
관전포인트 ‘사외이사’ 교체
[미리보는 유통 주총]①공직 출신 선호 여전… 의결정족수 채우기 박차

[이정현 기자] 3월 정기주주총회(주총) 시즌을 맞아 국내 주요 유통회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쉐도우보팅(shadow voting, 용어설명 참조) 제도 일몰로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의결정족수를 채우는 게 주요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는 사외이사 허들만 잘 넘는다면 올해 특별한 이슈가 없어 예년보다 조용한 주총시즌을 보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소재 이마트 본사(사진=뉴시스)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12일 신세계푸드를 시작으로 오는 31일까지 신세계, 이마트, GS리테일, 농심, 현대백화점, 삼양식품 등 주요 유통회사들이 주총을 개최한다. 이에 따라 신규 사외이사 선임을 예정해 놓은 회사들은 소액주주들 모시기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작년 쉐도우보팅 제도 폐지 후 의결정족수 확보가 주총 안건 통과 변수가 돼서다.


더욱이 올해는 스튜어드쉽 코드 도입에 따라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들이 주주권 행사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이 심상찮고, 경기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강화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주요 유통기업들이 너나할 것 없이 예년보다 발 빠른 움직임과 새로운 얼굴 모시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유통업계에서 가장 먼저 주총을 개최하는 신세계푸드는 전(前) 수원지방검찰청과 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역임했던 강찬우 법무법인 평산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낙점했다.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단속 강화로 그룹 차원에서 신세계푸드의 직원 식당 위탁운영권 선정방식을 수의계약에서 입찰계약으로 전환했지만 최종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아서다. 즉 입찰과정에서 예고치 않은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강 변호사를 선택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15일 주총을 개최하는 신세계는 법조와 공직 출신 사외이사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신세계는 전(前)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안영호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과 부산지방국세청장을 맡았던 법무법인 광장 원정희 고문,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었던 동수원종합법무법인 위철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같은 날 주총을 여는 이마트GS리테일 역시 공직 출신 사외이사를 점찍었다. 이마트는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을 지냈던 이관섭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추천했다. GS리테일은 부산지검 부장검사와 GS건설 부사장을 역임했던 하용득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를 낙점했다.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매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유통산업 관련 정부의 규제 완화를 위해 힘센 기관 출신을 선택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 이날 주총을 개최하는 농심은 신병일 전 KPMG 삼정회계법인 품질관리실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22일 주총을 연다. 신규 사외이사로는 장재영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를 택했다. 장 변호사는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현대백화점이 보다 적극적으로 M&A에 뛰어들기 위해 장 변호사를 점찍었다는 게 일각의 시각이다. 실제 쇼핑채널이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현대백화점의 경영사정이 썩 좋지 만은 않다 보니 현대백화점면세점 런칭과 한화L&C를 인수 등 그룹 차원에서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삼양식품도 이날(22일) 주총을 개최한다. 다만 다른 유통기업에 비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앞서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과 부인인 김정수 사장이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 1월 유죄를 판결 받음에 따라 이 회사 2대 주주인 ‘HDC현대산업개발’이 ‘배임이나 횡령으로 금고 이상 형을 받은 이사를 결원으로 처리하자’는 주주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관련 내용은 주총에서 ‘이사 자격정지 정관 변경의 건’으로 다뤄지며, 현대산업개발의 요구대로 삼양식품 정관이 변경되고 최종심에서 전 회장 부부의 유죄가 확정되면 전 회장 부부는 이사회에서 제외된다.


한편 롯데와 CJ등은 아직까지 일부 계열사 주총 일정만 확정해 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달 말까지 슈퍼주총데이가 이어지는 만큼 이들 그룹 계열사도 3월을 넘기진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아울러 사외이사 교체 외에는 특별히 이슈될 만한 사안이 없는 만큼 주총시즌을 조용하게 넘어갈 것이란 게 공통된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규제는 강화되고 있다 보니 상당수 유통기업들이 사외이사 교체에 나서긴 했지만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할 곳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각 기업들이 지난달 중순부터 인력을 동원해 소액주주들의 참여 독려에 나섰고, 대부분이 의결정족수 채울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튜어드쉽 코드 도입으로 떠들썩하지만 남양유업 외에는 해당되는 곳이 없어 조용한 주총시즌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쉐도우보팅(shadow voting): 주주총회 출석 주주가 부족하더라도 참석자의 찬반 비례에 따라 의결권이 행사되는 제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기점으로 2017년 12월 폐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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