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사외이사 재선임 적격성 논란
K스포츠·미르재단 강제 출연 사건 관련 책임, 독립성 결여 등 문제


[강휘호 기자] 신세계그룹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이사·감사 후보로 재추천한 인사를 두고 적격성 논란이 예상된다. 2016년 정경유착이 의심되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이사 및 감사 활동 경력이 있거나 독립성 결여가 의심되는 인물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다음달 1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장재영 대표이사 재선임과 안영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원정희 법무법인 광장 고문,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의 이사 선임 안건을 표결한다. 안영호 고문, 원정희 고문은 감사위원으로도 추천됐다.


신세계 이마트도 지난 26일 이전환, 최재붕, 이관섭, 한상린 등 네 명의 사외이사 선임 건과 이전환, 이관섭, 한상린 등 세 명의 감사위원 선임의 건을 주주총회 회의 목적사항으로 공시했다.


후보 가운데 신세계 사외이사 및 감사 후보인 안 고문은 김앤장법률사무소가 신세계와 종속회사에 법률자문 등을 제공하는 만큼 부적격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후보자의 회사가 자문계약과 법률대리 등을 수행하는 경우 사외이사로서의 독립성 결여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지난 2017년 주주총회 당시에도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안 후보의 선임 반대를 권고하기도 했다. 김앤장은 신세계그룹의 계열사 부당지원과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소송에서 신세계를 대리(2015년 대법원 판결)한 바 있다.


또 안 후보는 LG화학 감사위원을 역임했는데, LG화학이 미르재단 등에 48억 9000만원을 기부한 것과 관련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치권의 강요에 의한 출연이라 하더라도 감시 의무가 있는 감사위원의 책임도 작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2017년 안 후보의 신세계 감사위원 선임 의안에 대해 “LG화학은 2015년말 및 2016년 4월 미르재단 등에 48억9000만원을 기부한바 있다”면서 “안 후보는 2016년 LG화학의 감사위원(2016.3 ~2019.3)으로 LG화학의 감사위원회는 미르재단 등에 대한 출연금 문제가 불거진 후에도 조사요청 및 조치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전환 이마트 사외이사 후보 역시 독립성 문제가 제기된다. 국세청 차장을 출신인 이 후보는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이다. 태평양은 이마트로부터 사건의뢰(2건), 연간법률자문(3건)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태평양은 이마트 등 대형마트들을 대리해 영업제한의 위법성과 관련된 소송을 수행(2015년 고등법원 판결)했다. 특히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국정감사 불출석 관련 소송에서 변호를 맡기도 했다.


또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유통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잇따라 추진하면서 선제 대응을 위해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을 영입하는 것 아니냐 해석도 나온다. 신세계의 안영호 후보는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원정희 후보는 부산지방국세청장, 이마트 이전환 후보도 국세청 출신이다.


신세계 지분 13.62%를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이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선임 안건 반대표를 던질지도 주목된다. 올해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강화하면서 이사선임과 관련한 사안에서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신세계는 지난 26일 공시를 통해 “안 사외이사 후보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소속변호사가 아닌 고문으로 재직 중이나 당사와 법무법인 김앤장과의 거래는 소송관련 1건, 기타자문 2건이 있었고 안 후보와는 어떠한 관련도 없다”고 밝혔다.


신세계 관계자도 “사외이사 및 감사 위원 후보들은 전문성을 인정받아 추천됐을 뿐 다른 이유는 전혀 없다”면서 “우리 회사와 다른 연관성도 없고 출신 등은 고려 요소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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