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공도윤 기자] 핀테크 시장에 훈훈한 기운이 돌고 있다. 금융당국이 나서 ‘핀테크 시장’을 키우겠다며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을 내놓고 각종 규제를 풀겠다고 선언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권 오픈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정책을 추진, 핀테크 기업이 혁신적인 금융 상품·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도록 은행권뿐 아니라 증권, 보험 등 금융업 전반의 결제시스템과 금융데이터를 핀테크 기업에 개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핀테크 업체들의 시각은 여전히 냉랭하다. 오랜 시간 굳어진 금융권의 단단한 장벽이 쉽게 녹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핀테크 업체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김태훈 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 대표는 핀테크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 중 한명이다. 그는 올해가 핀테크시장의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데이터 경제 활성화로 나아가기 위해 올해가 매우 중요한 타이밍인데, 이런 시기에 최근 정부와 관계 기관에서 핀테크 관련 사업 및 법안 개정 등을 리드하고 있기 때문에 상반기에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들도 느낄 수 있을 만큼 혁신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핀테크에 대한 정부와 관계기관이 변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해결책 제시도 이전보다 구체화돼 온도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금융혁신특별법 아래 시행되는 여러 규제 샌드박스가 핀테크 업체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뱅크샐러드와 같은 서비스들이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며, 여기에 신용정보법 개정안까지 통과되면 핀테크 발전에 가속이 붙을 것이라 기대했다. 특히 전통 금융기업의 핵심 업무를 위탁 받아 테스트해보는 지정대리인제도 등으로 많은 어려움이 해소될 것으로 판단했다. 뱅크샐러드 역시 금융상품 비교검색 서비스 등 두 가지 서비스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김 대표는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우선 지정대리인제도를 통해 금융사가 핀테크 기업 등에게 예금, 대출 심사, 보험 인수 심사 등 금융사의 본질적 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며 “이는 금융과 핀테크 기업이 협력해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운영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완화로 지금보다 더욱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고, 이런 아이디어들이 결합돼 지금과 전혀 다른 새로운 서비스가 만들어 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핀테크 업계가 계속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픈 API 정책도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뱅크샐러드는 개인 자산관리에 필요한 자산(은행, 증권, 보험, 부동산, 자동차), 부채(대출)에 대한 모든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스크래핑 기술을 활용해 자동으로 연동되는 방식으로 개인이 동의하면 각 금융사에 저장된 데이터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사용에 제약은 없다. 하지만 모든 정보를 긁어오는 데 일정 시간이 소요되거나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점검할 때에는 정보가 불러지지 않는 단점이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이런 부분은 오픈뱅킹 시스템이 도입되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정부의 마이데이터 산업이 시행되면, 금융 데이터에서 발견할 수 있는 비전의 크기가 매우 크고 지금보다 더욱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서비스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정책에 맞춰 금융권의 움직임도 활발해 지고 있다. 각 금융사는 현재 운영 중인 핀테크랩 지원을 강화하는 추세다. 레이니스트 역시 코스콤 핀테크인큐베이팅 센터 출신이고, KB스타터즈로 선정된 바 있다.
김 대표는 금융권의 이 같은 지원책에 대해 “금융권에서 직접 핀테크 성장과 지원을 주도한다는 것은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상생과 동반성장의 구축을 시사한다”며 “실제로 뱅크샐러드를 비롯한 많은 핀테크 기업들은 금융권의 핀테크랩을 통해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고, 결과적으로 금융 시장을 한 단계 더 진화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무엇보다 금융권에서는 기존에 갖고 있던 인프라를 통해 핀테크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성장함으로써 금융권과 핀테크가 보다 긴밀하게 협업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레이니스트는 지금까지 뱅크샐러드는 미국의 ‘크레딧카르마’ 또는 ‘민트’, 일본의 ‘머니포워드’ 등과 같이 금융·재무상품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하는 온라인 가계부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금융을 설계할 수 있도록 고도화된 돈 관리 서비스를 만드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레이니스트는 ‘데이터 중심 금융’(DDF·Data Driven Finance), 차세대 종합 자산관리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 기반의 금융 인프라를 구축해 고객과 금융 모두를 위한 맞춤형 데이터 융합으로 고객과 금융을 연결하는 링크맨(LinkMan) 역할을 수행한다는 의미”라며 “고객이 가지고 있는 자산 및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꼭 필요한 금융 솔루션 제공 및 금융권과의 협업으로 고객에게 필요한 새로운 금융 상품을 개발하는 등 서비스를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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