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총수일가 책임경영 강화…투명성은 ‘글쎄’
등기임원 등재·겸임율 높고 사외이사 비중은 낮아


[강휘호 기자] GS그룹은 2019년도 임원인사를 통해 총수일가 후계 3·4세를 전진 배치하는 등 책임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계열사별 임원진 및 이사회 구성을 놓고 보면 경영 투명성은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GS그룹 임원진과 이사회 구성이 등기임원의 겸임이 많아 경영 수행의 한계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GS그룹은 상장계열사, 비상장 계열사를 막론하고 사외이사 비율이 낮기 때문에 감시 기능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출자회사 대표이사가 피출자 계열사의 감사를 겸임하는 경우도 있어 감사로서의 실질적인 임무수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비상장 계열사 중 또 다른 총수일가 일원이 감사를 맡고 있는 사례를 찾아볼 수도 있다.


앞서 GS그룹은 2019년 임원임사를 발표하고 주력사인 GS칼텍스와 GS에너지를 중심으로 4세 경영 시대 개막을 알리면서 책임경영 체제를 공고히 했다. 우선 허동수 전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이자 총수일가 4세인 허세홍 GS글로벌 대표가 GS칼텍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3세인 허용수 GS EPS 사장은 GS에너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화하는 가운데, 두 대표가 임원인사에서 경영 능력을 검증받은 점 등이 종합 고려됐다는 것이 당시 GS그룹의 설명이다. 허진수 GS칼텍스 대표이사 회장은 대표직을 내려놓는 대신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며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미래사업 관련 조언자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총수일가로는 GS칼텍스 법인사업부문장이었던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 허준홍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허창수 회장의 장남이자 GS건설 사업지원실장었던 허윤홍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통상 총수일가의 높은 등기임원 등재율은 책임경영 측면에선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GS그룹의 책임경영 강화 행보를 두고 그동안 지적됐던 지배구조 상의 문제들을 타파할 수 있겠냐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먼저 총수일가의 이사직 겸임 또한 상법상 규정된 이사의 충실의무 관점에서 적절한지 살펴봐야한다. 서로 상승효과가 기대되는 계열사들이 있어 겸임하는 경우도 있지만 겸임이 늘어나면 그만큼 업무가 늘어 역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신지배연구소가 지난달 28일 내놓은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보고서-GS그룹’ 자료(2017년 자료를 2018년 5월 기준으로 갱신)에 따르면 GS그룹 소속 계열사 내에서 등기임원의 겸임율은 62.5%로 국내 주요 10대 그룹 겸임율(30.6%) 대비 두 배 이상의 높은 수준이다.


허세홍 전 GS글로벌 대표가 GS칼텍스 대표이사를 맡고, 허진수 의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맡은 사례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사회의 독립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스스로 의장직을 내려놓고 외부 수혈을 준비하는 모습과 사뭇 대조적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보통 총수일가의 등재율과 겸임율이 높으면 독단적 의사 결정의 위험이 상존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권력의 감시를 위해 견제 기구를 강화하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현재 사외이사제도가 권력을 감시하려는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독립성 결여가 문제로 나타나고 있고 적용 대상이 아닌 경우도 있어 여전히 기능이 미비하다”면서 “총수일가 이사의 겸임 문제도 단순히 보수 늘리기에 그치지 않은지 계열사 별로 자세히 살펴볼 문제”라고 설명했다.


사외이사의 비중이 높지 않아 경영 투명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GS그룹의 자산 규모가 적은 (2조원 이하) 계열사들은 법적인 의무나 제재를 받지 않지만 주요 그룹사들 평균과 비교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사외이사의 비중이 낮거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지배주주의 독단적 의사결정 등 전횡에 대한 감시 기능이 약화된다. 이 때문에 주요 그룹사들은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일정 자산 규모 이상이면 사외이사를 두는 편을 택한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49개 총수 있는 대기업집단, 1774개 계열회사 2018년 5월 1일 현재 기준)에 따르면 GS그룹 총수일가의 이사등재 회사비중은 42.9%로 삼성·현대자동차·SK그룹 등 주요 10대 그룹 중 가장 높았다.


반대로 GS그룹의 상장사 사외이사 비중은 45.2%, 비상장사 사외이사 비중 0.4%, 상장회사 사외이사추천위원회 사외이사 비중 66.7%를 기록하고 있어 주요 10대 그룹사 가운데 가장 낮은 편에 속했다.


대신지배연구소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보고서-GS그룹’ 자료에서도 GS그룹 소속 6개 상장 계열사의 이사회에 등재된 등기이사는 총 42명이며, 사외이사는 19명으로 나타났다.


안상희 대신지배연구소 본부장은 “사외이사 비중이 45.2%로 국내 주요 10대 및 26대 그룹의 평균 (54.0%, 51.5%) 대비 낮은 수준”이며 “GS그룹 전체 계열사 중 자산 규모가 적은 (2조 원 이하) 비상장 계열사(65개社)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계열사의 이사회 내 위원회 중 보수위원회가 설치된 상장 계열사가 없으며, 특히 총수일가의 지분이 집중된 지주 회사 (주)GS의 이사회 위원회 중 보수위원회는 설치는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총수일가 친족이 계열사 감사를 직접 맡고 있는 경우도 살펴볼 수 있다.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은 경영건설의 감사를 겸하고 있고,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의 아들 허철홍 GS칼텍스 상무는 GS네오텍의 감사를 역임하고 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삼양통상의 대표이사가 계열사 (경원건설) 감사를 겸임하고 있는 점 등은 지배구조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삼양통상 등이 실질적으로 계열사 경원건설에 대해 지배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출자회사의 대표이사가 피출자 계열사의 감사를 겸임하는 것은 피출자회사의 감사로서의 실질적인 임무수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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