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송현동 부지, 매각 전망 ‘불투명’
아파트 공급 불가능한 1종 주거지역…특별계획구역 규제 많아

[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한진그룹이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부동산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 사대문 내에 위치한 부지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긴 하지만 매수 희망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상업시설 건축이 불가능한데다가 각종 규제가 많아 개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업체와 자산운용사들이 모두 입찰 참여 계획이 없다며 고개를 흔들고 있다.


◆용적률 100~200%…단독주택 용도로 쓰이는 땅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는 경복궁 동쪽 벽에 인접한 곳으로 안국동 사거리와도 맞닿아 있다. 인근에 덕성여중, 덕성여고가 위치해 있다. 부지 면적은 3만6642㎡다. 삼성생명이 2000년에 사들인 뒤 개발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2008년 한진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2900억원에 인수했다. 한진그룹과 대립하고 있는 KCGI는 송현동 부지의 가치를 최소 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송현동 부지 매각을 통해 대한항공 재무건전성 개선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부동산 개발업계에서는 서울 중심가에 위치한 입지조건을 제외하면 송현동 부지의 매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우선 송현동 부지는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건폐율은 60% 이하이며 용적률은 100~200%다. 주거지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용적률을 적용 받는다. 4층 이하의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제1종 근린생활시설,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노유자시설의 설립만 가능하다.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임원은 “제1종 일반주거지역은 주로 단독주택 공급으로 활용하는 부지로 개발 아이템이 한정돼 있다”며 “개발 수익성이 높은 고층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업시설 공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송현동에 관심 가질만한 부동산 개발업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 송현동 부지 전경

각종 규제가 많다는 점도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송현동은 북촌 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 내에서도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여 있다. 허용을 받은 용도 내에서 건축물을 짓더라도 서울시의 도시계획 심의를 거쳐야 한다. 심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건물 높이도 16m 이하로 제한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추진했던 호텔도 비용 대비 투자효과가 낮은 대표적인 건축물”이라며 “설사 호텔 설립을 추진한다고 해도 북촌 한옥마을 인근에 위치해 각종 규제가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한진그룹이 송현동 부지를 매물로 내놓은 배경에도 서울시의 규제가 있었다. 이곳에 7성급 한옥호텔 건설을 추진했지만 인근에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인접해 있어 교육당국의 반대가 거셌다. 카지노 등 각종 유해시설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한진그룹은 호텔 건립을 불허한 서울 중부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부동산 자산운용사도 “관심 없어”


일각에서는 유동성이 풍부한 부동산 자산운용사들이 송현동 부지 매각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관투자가들의 뭉칫돈을 받아 투자대상을 물색 중인 부동산 펀드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대형 부동산 자산운용사 대표는 “송현동 부지에 호텔을 지어서는 투자금 회수도 어렵다”며 “그렇다고 상업시설 구축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투자 매력이 확연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자산운용사들은 투자 대상의 현금 흐름도 중요하게 여긴다”며 “송현동 부지는 현금흐름뿐만 아니라 규제 탓에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 투자 대상으로는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장기 보유 목적으로 기업이 사들이거나 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가 매입하는 방안을 거론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장기보유 목적으로 송현동 부지를 사들인 뒤 개발제한 등 규제가 풀리길 기대해야 한다”며 “다만 이 같은 방안은 유동성이 풍부한 소수의 대기업들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 의미가 큰 곳인 만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송현동 부지를 사들이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송현동 부지는 조선시대 대궐과 가까워 세도가와 왕족들의 집터로 쓰였다. 조선말에는 순종의 장인 윤택영과 그의 형 윤덕영의 소유였다. 일제 강점기였던 1919년 이후에는 조선식산은행의 사택이 들어섰다. 1945년 해방 이후에는 미국 정부가 이 땅을 차지하고 미국 대사관 직원의 숙소를 지었다. 1970년대 말부터 보안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국 대사관과 직원 숙소 이전을 함께 추진했고 2000년 삼성생명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가는 1400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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