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 HDC아이콘트롤스 지분 매각할까
총수일가 지분 20% 넘어 일감몰아주기 대상 포함

[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지난해 지주회사로 전환한 현대산업개발 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정몽규 회장과 일가가 보유한 회사들의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주목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총수일가가 지분 20% 이상 보유한 회사까지 일감 몰아주기 대상에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중에서도 정 회장의 지분율이 가장 높은 HDC아이콘트롤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남은 순환출자 고리 3개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5월 투자 및 부동산임대 사업부문의 존속회사(HDC)와 건설, 호텔 및 콘도 사업부문의 신설회사(HDC현대산업개발)로 인적분할했다. 이후 지난해 9월 HDC를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이와 동시에 HDC아이서비스가 보유한 HDC현대이피 주식을 처분해 ‘현대산업개발→HDC아이서비스→HDC현대이피→HDC아이콘트롤스→현대산업개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다.


남은 순환출자 고리는 총 3개다. 지주사인 HDC에서 시작해 HDC아이서비스(56.56%)와 HDC아이앤콘스(95.21%), HDC현대이피(48.3%)를 각각 거친 뒤 HDC아이콘트롤스를 통해 다시 HDC(1.8%)로 이어지는 구조다.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HDC아이콘트롤스와 HDC를 합병하거나 HDC아이콘트롤스가 보유한 HDC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하는 방안 등이다.



재계에서는 후자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예상한다. 우선 합병을 통해 총수일가의 지분을 끌어올리는 방안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리스크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HDC아이콘트롤스는 정몽규 회장이 지분 29.8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재 순환출자 고리로 얽혀있는 HDC현대이피(14.82%)와 HDC아이서비스(6.68%), HDC아이앤콘스(6.44%) 등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칠 경우 지분율은 58.01%까지 상승한다.


정 회장이 확보한 HDC 지분은 33.04%다. 양사 합병을 통해 정 회장의 지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HDC의 기업가치를 상승시켜야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비율 산정이 두고두고 문제가 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도 합병을 통해 총수일가가 지분을 확대하는 행위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수차례 표했다”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기준, 총수일가 지분 20%로 강화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결국 HDC아이콘트롤스 지분을 매물로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국회에 제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향후 일감 몰아주기 대상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총수일가 지분 20%로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상장사 30%, 비상장사 20%다.


법이 통과할 경우 정 회장이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HDC아이콘트롤스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현대산업개발 그룹 내에서는 HDC자산운용과 아이시어스, 엠엔큐투자파트너스 등 3개사가 이미 일감 몰아주기 대상에 포함돼 있다.


정 회장은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HDC아이콘트롤스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한때 40%가 넘던 지분을 규제 기준인 30% 미만으로 축소했다. 정 회장이 지분을 추가로 매각해 지분율을 20% 미만으로 조절하는 방안도 남아있기는 하다. 다만 이 같은 방안은 지분율 하락으로 HDC아이콘트롤스가 벌어들이는 수익을 총수일가가 배당을 통해 가져가는 비중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HDC아이콘트롤스와 유사한 사례가 이미 SK그룹에서 발생했다. SK디앤디는 내부거래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한데 이어, 최창원 부회장의 보유 지분 24%를 전량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SK디앤디는 HDC아이콘트롤스와 마찬가지로 손자회사에 해당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을 앞두고 재계도 일감 몰아주기 대상에 추가되는 회사를 합병보다는 매각하는 사례가 많다. LG는 지주회사 체제 밖에 위치한 유일한 계열사 지흥의 총수일가 지분 100%를 지난해 12월 매각했다. 이어 서브원의 MRO 사업을 물적분할해 신설회사를 설립한 뒤 이 회사 지분 50% 이상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GS도 내부거래비중이 70%가 넘는 SI업체 GS아이티엠의 총수일가 지분 64.5%를 외부에 매각했다. LS는 총수일가가 보유한 가온전선 주식을 지주회사의 자회사인 LS전선에 매각해 손자회사로 편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총수 일가 지분이 20% 미만으로 하락한다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거둬들이는 실익도 크게 감소한다"며 "여러 논란을 야기하면서 지분을 들고 있는 것보다 이참에 매각하겠다는 그룹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주회사 행위제한규정에 따라 유예기간인 내년 9월까지 이를 모두 해소해야 한다. 재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연내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HDC아이콘트롤스 지분 처분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그룹들은 상반기 주주총회 시즌(3월)에 이사회 등 지배구조 개편에 집중했고 하반기에는 내부거래 개선을 위한 총수일가 지분 처분, 지주회사 체제 정비 등을 단행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아직까지 확정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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