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톡톡
“강성부펀드, 결국은 수익률…지배구조는 명분쌓기용”
[이슈 톡톡] ① 우호적 여론 통해 기관 참여 독려…주가 부양 포석 해석도


[편집자주] 팍스넷뉴스 ‘이슈 톡톡’은 자본시장과 산업계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슈를 짚어봅니다. 애널리스트, 주요 연구소 연구원, 그룹 임직원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만나 딜(Deal),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지배구조, 경영권 분쟁 등 다양한 이벤트의 뒷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딜사이트 권준상 기자] 팍스넷뉴스 ‘이슈 톡톡’의 첫 주제는 한진그룹 경영권 이슈입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이하 ‘강성부펀드’)가 재계 14위(자산 규모) 한진그룹의 적극적 경영참여를 선언하며 연일 거침없는 행보에 나서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국민연금까지 가세해 한진그룹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행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강성부펀드는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인 한진칼의 2대주주(지분 10.81%)이고, 국민연금은 3대주주(7.34%)입니다. 3월 한진그룹 주주총회를 전후해 많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한진그룹과 강성부펀드, 국민연금 3자간 이해관계와 예상 시나리오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Q: 강성부펀드의 주 목적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ㄱ: 강성부펀드가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을 내걸고 나왔지만 그들이 대의명분이 있어서 책임의식을 갖고 한진그룹의 경영에 참여한다는 게 아니다. 자신들이 소싱한 자금에 대해서 (출자자에게) 확실한 수익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1순위일 수 밖에 없다. 설령 명분으로 내세운 지배구조가 나빠져도 말이다.


‘펀드=수익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성부펀드를 바라볼 때 펀드라는 것을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강성부펀드가 모든 걸 다 해결해줄 것이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강성부펀드는 아직 경영비전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단지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해 비판을 하는 상황이 전부다. 해외 사모펀드의 경우에는 직접 경영참여하는 사람들의 풀도 갖추고 있고, 이들을 활용해 경영권 바이아웃을 한다고 할 때 나름대로 안전장치도 가져간다. 인수 시 경영을 못하는 상황이 오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를 소싱해주는 기관도 있다. 반면, 아직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펀드에서 사외이사가 나오고, 이사파견을 하고 있다.


ㄴ: 일반적인 사모펀드는 경영을 위해 사내이사를 둔다. 그런데 이번에 강성부펀드가 제시한 것을 보면 사외이사를 둔다고 돼 있다. 일반적이지 않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른 목적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물론 법적으로도 애매한 측면이 있다. 사내이사를 넣기도, 사외이사를 넣기도, 기타이사를 넣기도 하기 때문이다.


강성부펀드가 제시한 것을 보면 있어야 될, 해야 될 말들을 한 것은 맞다. 위원회가 없으니까 있어야 하고, 갑질 등을 시정해야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강성부펀드의 궁극적인 목적은 수익률이다. 강성부펀드는 한진그룹의 오너리스크, 지배구조개편 등이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됐기 때문에 자신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관심이 높아질수록 기관들의 참여는 늘고, 주가는 높아진다. 강성부펀드는 이러한 효과를 노릴 것이다.


Q: 왜 타깃이 한진이라고 생각하는가.


ㄴ: 잘 선택했다고 본다. 강성부펀드 입장에서는 명분도 얻어야하고, 자신들이 ‘먹튀(먹고 튀다)’가 아니라는 이미지도 심어줘야 했을 것이다. 즉, 사회적명분이 필요했다. 조 회장 일가는 그간 많은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강성부펀드가 개입을 선언한 시기도 좋았다고 본다. 단적인 예로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주가가 계속 떨어졌고, 유가도 하락했다. 실적은 반등의 시그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금만 손대면 주가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주가, 원자재, 여론형성 등 여건이 다 긍정적이었다고 판단된다.


ㄱ: 지배구조가 문제인 회사는 많다. 한진칼만 그러겠는가. 우리나라는 대부분 오너회사다. 문제는 대주주가 지분율을 70~80% 갖고 있는데 아무리 지분을 10% 갖고 경영권에 참여한다고 해봐야 통하지 않는다. 사모펀드들이 아무리 지배구조가 문제가 있다고 해도 들어가서 경영권 참여를 안 한다. 그렇게 하면 엑시트도 힘들고 얻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진칼은 대주주 지분이 30%도 안 되는 등 분산이 돼 있고, 기관투자가들도 선호해 많이 들고 있다. 사실 강성부펀드와 회사가 일대일로 붙으면 강성부펀드가 지지세력을 모으기 쉽지 않다. 하지만 기관투자가가 많다는 게 변수다. 최종적으로 기관투자가가 어느 쪽에 표를 줄지는 모르지만 강성부펀드 입장에서는 승산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배구조 이슈, 적당한 사이즈 등 제반여건이 있기 때문에 강성부펀드가 한진칼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강성부펀드는 펀드이기 때문에 반드시 수익률과 엑시트를 생각해야 한다. 평소에 1만~2만주 거래되는 회사 100만주 갖고 있으면 엑시트 못한다. 사기도 힘들고. 이런 점들을 고려해 선택한 것이 한진칼이었을 것이다. 한진칼은 국민적 공감대가 있고, 이슈화 되고 있기 때문에 사모펀드들이 공격하기 쉬운 편이다.


ㄴ: 물론 긍정적인 면도 있다. 메기 역할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극이 있어야 한다. 다른 사모펀드라면 좀 더 걱정됐을 텐데 강성부펀드는 기본적으로 강성부씨가 지배구조에 몸 담았던 인물이라 막 던지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처음에 입장발표 했던 것을 보면 그동안 오너 일가를 견제할만한 세력이 없었기에 견제역할을 하겠다고 주장했고, 주총 자체가 평이했기 때문에 주주를 대신해 건전한 경영을 이끌 수 있다면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점들은 분명 긍정적이다.


Q: 시장의 관심은 단연 강성부펀드의 배후다. 어떤 세력이 이들을 지원한다고 생각하는가.


ㄱ: 일반적으로 주요 메이저 유한책임사원(LP)인 연기금, 공제회 말고 일반 기업이 장기간 그렇게 큰 금액을 묶어두는 것은 쉽지 않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흔하지는 않지만 항공 쪽에 관심이 있는 법인이 해당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우호적인 수단측면에서 개입했을 수 있다는 추측한다. 항공산업이 허가산업이라 아무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일 가능성도 있다.


Q: 외국계펀드가 강성부펀드처럼 나섰다면?


ㄴ: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외국계펀드는 ‘먹튀’ 이미지가 강했던 게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성부펀드만큼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강성부펀드가 비판을 덜 받는 것은 강성부씨가 기업지배구조 관련 전문가로 활동했다는 점에서다.


ㄱ: 외국계냐 아니야를 떠나서 한진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한진이 아닌 삼성이나 SK에서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으면 언론에서 이렇게까지 부각시키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 한진은 재벌가들 사이에서도 외면 받고 있고, 타 대기업집단에 비해 ‘만만한’ 그룹으로 꼽혀 더 이슈화가 됐다고 생각한다.


Q: 현재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는데.


ㄴ: 조 회장 일가의 해임까지 갈 것이냐, 적대적 인수합병(M&A) 또는 온전한 견제와 균형을 위한 메기 역할만을 할 것이냐 등 다양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강성부펀드가 그룹 지배구조 정점인 한진칼의 지분 10.81%를 갖고 오너 일가와 맞서는 것은 객관적으로 분리하다. 현실성을 생각해보자. 강성부펀드가 ‘오너 일가가 문제가 많으니 갈아치우자’라고 국민연금에 동참을 요청하면 바로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인게이지먼트와 관련해 살펴보면 이사선임과 해임에 대해서는 계획이 올해 나오고 실행은 2020년 이후다. 설령 이 로드맵을 전제로 하더라도 국민연금의 참여를 끌어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강성부펀드가 주장하는 것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현실성이 떨어진다. 전자투표도 도입 안 됐다. 도입하려면 정관부터 변경해야 한다. 또 한진칼과 달리 대한항공 이사선임의 경우 특별결의를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보통결의사항인데 말이다. 조 회장을 해임시켜야 한다는 말도 많은데 이 역시 특별결의사항이다. 지분이 도통 많이 필요한 게 아니다. 이런 점들을 보면 비현실적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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