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체제’ 현대차그룹, 판매·수익성 회복 총력
지난해 연간 판매목표치 하회…해외시장 부진 탈피 위해 상반기 중 권역본부 설립 완료


[딜사이트 권준상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019년 첫 과제로 ‘판매부진 탈피와 수익성 회복’을 그룹 임직원에게 주문했다. 지난달 현대·기아차 해외법인장 회의를 주재하면서 해외를 중심으로 한 판매부진과 이에 따른 ‘실적쇼크’의 회복을 주문한데 이어 재차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상반기중 전 세계 권역본부 설립을 완료해 권역별 자율 및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실적 회복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 판매부진에 수익성 악화…지난해 연간 판매목표치 하회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올해 판매목표치는 760만대다. 현대차 468만대(국내 71만2000대+해외 396만8000대), 기아차 292만대(내수 53만대+수출 239만대)다. 이는 지난해(2018년) 목표치 755만대보다 5만대 상향한 것이다.


하지만 목표치 달성 가능성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무역 갈등과 주력시장인 중국 자동차시장의 수요 감소 등 주변 여건들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판매실적을 봐도 드러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현대차 467만5000대(내수 70만1000대+해외 397만4000대), 기아차 287만5000대(내수 52만대+수출 235만5000대) 등 목표치를 755만대로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739만8975대 판매에 그쳤다.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지난해 연간 판매량을 살펴보면 현대차 458만6775대(내수 72만1078대+해외 386만5697대), 기아차 281만2200대(내수 53만1700대+해외 228만500대)였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내수시장 연간목표치는 상회했지만, 해외시장에서는 목표치를 각각 11만대, 7만대 가량 밑돌았다.


그나마 최근 3년간 이어진 판매량 감소세에서 반등한 점은 위안거리다.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2015년 801만대(현대차 496만대, 기아차 305만대), 2016년 788만대(현대차 486만대, 기아차 302만대), 2017년 725만대(현대차 450만대, 기아차 275만대)로 쪼그라들었던 터였다. 판매부진 속 수익성도 악화됐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3분기 누적기준) 영업이익은 2조6800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1600억원) 대비 1조5000억원 가량 줄었고, 순이익은 2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1600억원)보다 1조30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올해 시장환경도 회복세를 논하기에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남정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 수요 둔화가 예상된다”며 “완성차업체는 볼륨모델, SUV라인 신차효과가 기대되지만 제품경쟁력을 확인하는 시기까지 모멘텀은 적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산업 내 리콜 사례와 금액이 증가하고 있어 예측치 못한 비용계상 가능성이 리스크로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현대차그룹 산하 글로벌경영연구소도 올해 전 세계 자동차시장 환경이 침체기를 극복하지 우호적이지 않다는 전망을 내놨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의 부진 속에 세계 자동차시장은 0.1% 증가한 9249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중국 자동차시장은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로 0.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해외사업조직쇄신…상반기 중 전 세계 권역본부 설립 완료


현대차그룹은 판매부진과 수익성 회복을 위해 상반기 중 전 세계 권역본부 설립을 완료해 권역별 자율·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권역본부를 중심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시장변화에 대응하고 이를 통해 실적 회복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강화하고 동시에 사업별로 글로벌시장에서의 독자적인 생존력을 키워나가겠다”며 “권역별 책임경영 체제를 기반으로 글로벌 사업경쟁력을 고도화해 수익성을 강화하고, 지속성장을 위한 내실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현대·기아차는 올해 상반기 중 전 세계 권역본부를 설립해 권역별 자율·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권역본부 중심으로 신속하고 고객 지향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실적을 회복하고, 미래 사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그룹은 현재 북미, 러시아, 아시아·중동·아프리카, 아태, 유럽, 중남미, 인도 권역본부 중심으로 구축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각 권역본부별로 독자적인 힘을 갖게 된다”며 “인력충원과 사업계획 등을 고려하는 작업이 남았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지난해부터 판매부진 탈피를 위한 해외사업조직쇄신으로 판매개선을 위한 움직임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해 7월 북미와 유럽, 인도 그리고 러시아 권역본부를 세우며 이용우 부사장을 북미권역본부장으로 발령했고, 이병호 부사장을 중국사업총괄 사장으로 승진·보임하는 등 임원 인사를 단행했었다. 그룹사별로 살펴보면 현대차는 김승진 글로벌미래전략TF팀장(부사장)을 해외사업 지원 역할을 담당하는 사업관리본부장에, 김선섭 사업운영전략사업부장(전무)을 인도권역본부장에 각각 임명했다. 기아차는 윤승규 미국판매법인장(전무)을 북미권역본부장으로 겸직시키고, 이종근 기업전략실장(전무)을 멕시코법인장에, 이경재 슬로바키아법인 생산실장을 슬로바키아법인장에, 김김진하 아시아·중동·아프리카 지원실장(이사)을 러시아권역본부장으로 각각 발령했다.


신차 출시로 글로벌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3개의 신차를 국내외에 출시할 계획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미국과 중국 등 주력시장의 사업을 조기에 정상화하고, 인도와 아세안 등 신흥시장에 대한 대응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주력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의 부진을 겪었던 터였다. 현대차는 지난해 3분기 누적기준 전년 대비 2% 감소한 50만2000대, 같은 기간 기아차도 1.3% 줄어든 45만2000대 판매에 그쳤다. 여기에 중국시장에서의 부진 속에 중국공장 가동률은 50% 수준으로 일각에서는 수요가 둔화되고 패러다임의 변화가 진행되는 상황 속에 생산능력 조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어 “쏘나타, 기아차 K5, 제네시스 G80 등 각 브랜드 대표차종들을 출시해 판매를 견인하는 한편, 텔룰라이드를 비롯한 새로운 차급의 SUV 4종을 추가해 전 세계 SUV 수요 확대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중국, 유럽 등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올해 출시되는 SUV 모델을 비롯한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GBC 착공도 관건…자금여력은 충분한가


정 수석부회장에게 판매부진 탈피와 수익성 회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올해 착공 예정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다. GBC는 그룹의 도약을 위해 10조5500억원이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프로젝트다.


지난달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실무회의 심의를 통과한 상황으로, 이달 본회의 심의를 통과하면 국토교통부 인허가 절차는 마무리된다. 본회의 통과 후에는 서울시 건축허가와 굴토심의 등을 거치게 된다. 이럴 경우 오는 6월 착공이 가능하다.


착공을 위한 재원은 충분한 상황이다. 지난해 9월말 현재 현대차의 현금성자산(연결기준)은 27조원을 웃돈다.


현대차그룹은 옛 한국전력 부지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3조7000억원을 투자해 GBC를 조성할 예정이다. GBC는 7만9342㎡ 부지에 지상과 지하를 합쳐 총 연면적 92만8887㎡ 규모다. 그룹 통합사옥으로 사용될 105층 타워를 비롯해 공연장과 전시시설, 컨벤션, 호텔·업무시설 등이 들어선다.


GBC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을 통해 공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각각 70%, 30%의 시공 지분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GBC프로젝트는 인허가 문제로 4년간 발목이 잡혔지만 정부의 기업투자활성화 취지로 관련 심의를 서두르겠다고 발표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