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HD현대가 최대 규모의 주관사단을 꾸려 공모 회사채(공모채) 발행에 나선다. 주관사만 총 9곳에 달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발행사의 주관사단 확대 기조를 '자금 모집에 자신이 없다'라고 해석했던 과거와 달리 '금융 비용 감소 전략'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오는 19일 15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3년물(1000억원), 5년물(5000억원)로 만기를 구성했다.
희망금리밴드로 민평금리 기준 ±30bp(1bp=0.01%포인트)를 제시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으로 증액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눈길을 끄는 건 주관사단 규모다. HD현대는 이번 발행을 위해 주관사를 총 9곳으로 꾸렸다. NH투자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신한투자증권·삼성증권·대신증권·키움증권·하나증권 등이다. 올해 들어 최대 규모다.
HD현대는 매년 주관사 수를 늘려왔다. 2022년 8월 발행 당시 NH투자증권과 KB증권 등 2곳에 불과했으나 2023년 6곳, 2024년 8곳 등 주관사단을 지속적으로 화려하게 구성했다.
통상적으로 발행사가 주관사단 규모를 확대하는 건 모집 물량을 모두 모으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 탓으로 해석했다. 실적이 나쁘거나 신용도가 낮은 발행사들이 자금 조달 안정성 확보를 위해 주관사단 확대 전략을 자주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IB업계는 최근 증권사들의 회사채 주관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과거와 같은 시선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발행사는 신용등급과 실적에 상관없이 주관사단 규모를 대규모로 구성하는 게 유리해졌다"며 "최근 DCM 시장 내 주관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대규모로 주관사를 구성하면, 그 안에서 2차 경쟁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어 "각 주관사는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과 투자자 유치 노력을 기울여 결과적으로 보다 나은 조건으로 발행이 마무리되는 결과를 만든다"며 "이에 발행사 입장에서는 금융비용을 낮출 기회로 생각해 주관사를 대폭 늘리는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A급 신용도를 지닌 HD현대(A0/A+,스플릿)뿐 아니라 AA급 기업들 역시 대규모 주관사단을 구성하고 있다. 최근 현대건설(AA-)과 한화솔루션(AA-)은 8곳, KB증권(AA+)은 7곳에 달하는 주관사단을 꾸려 회사채 시장 문을 두드렸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