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경제TV 최태호 기자] 전통 리테일 강자인 키움증권의 브로커리지 경쟁력에 대한 우려 섞인 분석이 제기됐다. 최근 급격히 성장한 해외주식 투자중개 부문에서 시장의 메기로 등장한 토스증권에게 키움증권이 밀리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해외주식 투자자를 잡기 위해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수익성 저하 우려도 나온다.
다만 키움증권은 전체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는 만큼,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수익성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지속적인 투자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1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연간 잠정실적 발표 이후 11개 증권사가 키움증권의 목표가를 제시했다. 대부분 기존 목표주가를 유지한 반면,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홀로 키움증권의 목표가를 이전보다 11.1% 하향 제시했다.
대신증권 리서치는 키움증권의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한 토스증권의 해외주식 브로커리지 성장세에 주목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작년) 9월말 거래대금 기준 해외주식 점유율은 키움증권이 20.4%로 가장 높지만, 11월부터 토스증권에게 역전당했다"며 "키움증권의 강점인 장내 파생영업도 토스증권이 진출할 예정으로, 키움증권의 핵심인 브로커리지 사업에 유의미한 경쟁자가 등장했다"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지난해 키움증권의 순영업수익 중 브로커리지의 비중을 40.7%로 분석했다. 올해 비중도 40.9%로 전망했다. 전체 사업부문 중 브로커리지의 비중이 가장 큰 상황. 사업부문이 다각화된 다른 증권사와 비교할 때, 경쟁사의 등장으로 인한 수익 저하 우려도 크다는 진단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TV에 "최근 해외주식 투자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온라인 리테일이 주력 사업인 키움증권은 영향을 더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증권업계에선 해외주식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이 다수 포착되고 있다. 본래 부동산 IB(기업금융) 중심의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던 메리츠증권은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며 해외주식 브로커리지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국내외 주식 거래시 거래소제비용, 환전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이벤트를 시작하면서 4조원이 넘는 고객 자금을 끌어모았다.
기존에 해외주식 거래에 강점을 가진 증권사들도 경쟁력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고객의 해외주식을 활용한 증여를 돕기 위해 자사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에서 절세 전략 컨설팅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삼성증권도 전문트레이더용 홈트레이딩시스템인 팝 DTS를 이달 개편했다.
문제는 키움증권의 브로커리지 사업 내에서도 해외주식 거래의 중요도가 커졌다는 점이다.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은 최근 국내주식을 넘어섰다. 지난해 4분기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은 3분기 대비 32.6% 증가한 794억원인 반면, 국내주식 수수료 수익은 65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8% 감소했다. 국내주식 잔고가 해외주식보다 아직은 더 크지만 수수료율이 낮아 수익성이 낮은 탓이다.

하지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브로커리지 경쟁력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해외주식 브로커리지 관련 경쟁이 심화되면서 키움증권의 핵심 경쟁력 약화 우려가 존재한다"면서도 "4분기 해외 약정 점유율은 여전히 견조한 수준을 유지해 리테일 채널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키움증권은 해외주식 브로커리지 시장의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무리하게 점유율 확대 경쟁에 뛰어들기 보다 수익성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3일부터 적립식 투자 서비스인 '주식 더 모으기 서비스'를 국내에서 해외주식으로 확장했다. 주식 더모으기는 일, 주, 월 단위로 약정일에 주식을 자동 매수하는 서비스다. 키움증권은 해당 서비스 이용 고객을 대상 최대 10만원까지 매수수수료 0%, 환율 우대 100%의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실시하고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최근 메리츠증권의 수수료 무료화 정책 등에도 당사 해외주식 잔고는 오히려 늘어났다"며 "전체 (해외주식거래) 시장 파이도 늘어날 걸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나친 수수료 경쟁과 같은 치킨게임 보다는 고객 서비스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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