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이 경영권 방어 의지를 밝혔지만 실현 방안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지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우호 주식수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티웨이항공 대주주인 티웨이홀딩스와 예림당은 가용 현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12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이 지난 11일 소액주주연대에 발송한 서신에는 "대명소노그룹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대응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티웨이항공 소액주주연대가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통해 사측에 보낸 '주주서한'에 대한 답신이다.
앞서 티웨이항공 소액주주연대는 티웨이항공 뿐 아니라 실질적 최대주주인 예림당과 2대주주인 대명소노그룹을 대상으로 주주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들은 대명소노그룹이 지배력 강화를 위해 티웨이항공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경우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명소노그룹이 또 다른 LCC인 에어프레미아 경영권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점에서 무리한 합병에 따른 주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티웨이항공 소액주주연대는 ▲공개매수 ▲장기적 경영전략 공개 ▲소액주주 권리 침해 방지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티웨이항공의 이번 서신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대명소노그룹의 경영권 위협이 본격화된 이후 대응을 자제하던 기존과 달리, 처음으로 경영권 방어 의지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티웨이항공이 경영권 위협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티웨이항공은 당장 내달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명소노그룹 측과의 표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캐스팅보트를 쥔 소액주주를 아군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들이 요구하는 공개매수 등을 이행해야 한다.
문제는 '돈'이다. 티웨이항공 최대주주인 티웨이홀딩스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 포함)이 30억원 수준에 그쳤으며, 결손금은 1235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적자전환하면서 결손금은 더욱 누적됐다.
예림당의 경우 티웨이홀딩스보다는 자금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지만, 공개매수를 실시할 만큼의 자금력을 갖추진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 말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은 420억원으로 집계됐다. 단순 계산 상 가용 현금으로 티웨이항공 주식을 전량 사들인다고 가정하면 전일 종가(3410원) 기준 약 5.7% 수준이다.
공개매수의 경우 평균 주가에 20~30%의 프리미엄을 붙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확보할 수 있는 주식수는 최대 4.8%로 추산된다. 하지만 보유 현금 전액이 소진될 경우 예림당의 재무건전성 훼손으로 이어지게 되고, 배임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반면 대명소노그룹은 동원할 수 있는 현금 규모가 5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그룹 지주사인 소노인터내셔널 2023년 말 기준 보유 현금은 1832억원이었으며, 지난해 6월 티웨이항공 지분(14.9%) 취득으로 빠져나간 1056억원을 반영하더라도 약 767억원으로 추산된다. 유일한 그룹 상장사인 대명소노시즌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약 338억원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을 확보 중이다.
한편 대명소노그룹은 올해 1월 말 티웨이항공을 대상으로 서준혁 회장을 포함한 총 9명의 이사 후보 선임안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전달했고 주주명부 열람등사를 요청했다. 티웨이항공의 항공 안전 관리를 문제 삼은 대명소노그룹은 본격적인 경영 참여로 재무건전성과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 티웨이홀딩스와 특수관계자의 티웨이항공 지분율은 30.1%이며, 대명소노그룹의 총 지분율은 26.8%로 나타났다. 양 사 지분격차는 3.3%포인트(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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