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최종 판단이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이에 장기화되는 사법 리스크로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한 '뉴삼성' 행보가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은 지난 7일 열린 형사상고심의위원회의 '상고 제기' 심의 의견을 반영해 이 회장 등 피고인 14명을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룹 지배권 승계의 목적과 경위, 회계 부정 및 부정거래행위 등에 대한 쟁점이 엇갈렸던 만큼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계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도 반발이 쏟아졌다. 검찰의 상고 결정이 '경제 폭거'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삼성의 위기가 지속될수록 한국의 경제 불안정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선 의원 출신인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경제 살얼음판에 얼음 깨지라고 돌멩이를 던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삼성 등 재벌 기업에 문제를 제기해 '재벌 저격수'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는 "삼성은 단지 일개 기업이 아니다. 삼성 위기가 심화되면 경제 불안정성도 커진다. 검찰의 상고는 경제 폭거"라고 했다.
앞서 재계에서는 항소심 무죄 판결 이후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하는 등 경영 일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이 반도체 경쟁력 약화, 노조 파업 등 대내외적인 위기에 처해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이 항소심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의 회동을 택하며 삼성이 700조원대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올라탈 수 있을지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그러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이 회장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법원은 1·2심에 대한 법리적 판단만을 내리는 만큼 무죄 판결이 뒤집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사법 리스크가 남아있는 만큼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대규모 투자,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대형 M&A, 신사업 발굴, 컨트롤타워 재건 등 위기 돌파를 위한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러 사정으로 (경영자가) 이렇게 눈치를 봐야 한다는 건 그만큼 우리나라가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방증"이라며 "이 회장이 앞으로 경영 일선에 나서는 데 주춤할 수 밖에 없다. 기업의 미래 경영 전략을 짜고 해외에서도 이에 따른 여러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데 사법 리스크에 얽매인 게 자그마치 10년이다. (이번 상고 결정은) 너무 과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이 더 이상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라는 방패로 실적 부진을 면피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의 위기와 이 회장의 재판을 별도의 문제로 인식하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제언이다.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기업 경영에선 오너 리스크가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삼성이 그동안 자랑해 온 기술 격차에 대한 근원적인 답과 AI와 관련한 본질적인 혁신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와 상관없이 사내이사로 들어와 (경영에) 책임져야 한다. 이사회에 들어오지 않으면서 의사 결정을 하고 이에 따른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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