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글로벌로지스 IPO'택배 톱3' 유일 비상장사…다가오는 데드라인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매출 기준 택배업계 2인자인 만큼 기업가치 1조원을 제시했다. IPO시장의 '대어(大魚)'로 분류되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성공적인 상장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이 되는 동시에 모기업인 롯데지주의 재무 건전성 우려를 해소시킬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마냥 녹록치는 않다. 예상보다 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이 길어지는 데다 2대주주인 재무적투자자(FI)의 눈치도 봐야 한다. 수익성은 이전보다 개선됐지만, 여전히 과도한 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롯데글로벌로지스 IPO와 관련해 재무 현황,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롯데그룹 계열 종합 물류기업인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입성에 속도를 올린다. 지난해 말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조만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올해 상반기 중으로 IPO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이미 세 차례 상장을 연기한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주어진 마지막 기한이다. 만약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상장에 실패할 경우 롯데그룹은 이 회사 2대주주인 LLH(엘엘에이치)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도와야 하는 만큼 자금 유출이 불가피하다.
11일 증권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오는 4월 중으로 상장을 완료해야 한다. 앞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 3월 경영 투명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사외이사 비중이 이사회 과반을 넘기도록 했으며,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한지 약 2개월 만인 그해 12월 승인을 얻었다. 이 회사는 추후 증권신고서 제출과 기업설명회(IR) 개최, 수요예측, 최종공모 가격 확정, 청약 및 배정 등을 거쳐 신규 상장하게 된다.
◆ 2017년 주주 명부 오른 LLH…상장 지연으로 엑시트 늦어져
롯데글로벌로지스의 IPO 추진 배경에는 재무적투자자(FI)인 LLH가 있다. 사모펀드 메디치인베스트먼트 PE부문인 LLH는 2017년 2월 롯데글로벌로지스 구주 17.8%를 1242억원에 최초 취득했으며, 그해 5월 15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한때 지분율이 30%를 웃돌기도 했으나, 현재는 21.9%로 줄었다. 롯데그룹과 LLH의 최초 계약상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21년 4월까지 상장을 완료해야 했다. 특히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기한 내 상장하지 못하면 LLH가 엑시트할 수 있도록 보유 지분을 롯데그룹이 떠안는다는 풋옵션 조항도 달려있다.

롯데그룹은 LLH와의 협의 끝에 상장 시기를 2년 늦춘 2023년 4월까지로 변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슈로 수혜를 누린 물류산업이 지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장을 추진하자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2023년 상반기에 다시 시점을 2024년 4월로 연기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외형과 내실을 모두 강화시켰지만,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등 재무구조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IPO를 진행하더라도,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문제는 최대주주와 FI가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두 번째 상장 조정 당시 시점 조율을 1년만 더 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는 점이다. 사실상 2025년까지 무조건 상장 작업을 끝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23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IPO 준비에 돌입했다.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상장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선정하는 등 속도감 있게 절차를 밟는 듯 보였으나, 또다시 해를 넘기게 됐다.
◆ 상반기 중 IPO 마무리…롯데지주, 불발 땐 3543억원+α 지급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해 IPO를 완수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이 회사 관계자는 "증권신고서 제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상반기 중으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기한까지 상장을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롯데그룹이 현금 곳간을 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LLH는 구주 인수와 유상증자, 신주인수권 행사까지 총 2790억원을 롯데글로벌로지스에 투입했다. 단순 계산으로 주당 평균 취득단가는 3만7339원이다. LLH가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발동하면 롯데그룹은 원리금 보장을 위해 주당 4만7296원, 총 3534억원 상당을 지출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LLH가 롯데글로벌로지스 주식을 보유한 기간(8년)에 연복리 3%를 가산한 금액이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LLH에 3534억원보다 더 많은 현금을 지급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상장을 이유로 단 한 차례도 주주배당을 실시하지 않았을 뿐 더러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기회조차 조성하지 못한 만큼 롯데그룹이 이를 보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롯데글로벌로지스의 IPO가 미뤄지는 과정에서 이자율이 상향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롯데그룹의 자금 사정이 썩 좋지 않다는 점은 집고 넘어갈 대목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졌다. 여기에 더해 '알짜 계열사'로 손 꼽히는 롯데렌탈의 매각을 결정하면서 논란은 기정사실이 되기도 했다. 예컨대 롯데지주는 지난해 3분기 말 별도기준 현금성자산(기타금융유동자산 포함)이 5110억원으로 전년 대비 31.2% 감소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상장 지연에 따라 LLH 보유분을 매입할 경우 현금성자산은 1567억원으로 급감하게 된다.
◆ 모태는 현대로지스틱스, 2016년 롯데그룹 편입…매출 2위·이익률 3위
롯데글로벌로지스는 CJ대한통운, ㈜한진과 함께 국내 택배업계 빅3로 분류되지만 이들 업체 중 유일한 비상장사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전신은 2016년 롯데그룹이 현대그룹에서 인수한 현대로지스틱스다. 현대로지스틱스는 1988년 현대상선(현 HMM) 화물집하 사업부가 분사해 설립됐으며, 롯데 계열사 8곳이 4941억원을 투입해 그룹사로 편입시켰다.
롯데그룹은 이후 현대로지스틱스의 사명을 롯데글로벌로지스로 변경했다. 2019년에는 그룹 물량을 취급하면 롯데로지스틱스와 통합하며 지금의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완성됐으며, 2025년 기준 연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제시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CJ대한통운에 이어 2위 사업자 지위를 유지 중이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매출 2조6817억원과 영업이익 722억원, 순이익 349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은 다소 뒤처지는 모습이다. 이 기간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영업이익률은 2.7%로 CJ대한통운(4.2%), 한진(4.5%)과 비교할 최대 1.8%포인트까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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