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시리즈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갤럭시워치, 갤럭시 탭, 버즈, 북 등을 자연스럽게 사게 된다. 애플의 아이폰을 쓰는 사람들이 애플워치, 아이패드, 아이폰을 구매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같은 회사 제품을 사용하면 호환이 더 잘 돼 유기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를 우리는 '생태계'라고 부른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를 연결한다. 애플은 자체 iOS를 이용해 자체 생태계를 확장한다. 안드로이드 OS와 iOS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에서 차이가 난다. 또한 안드로이드 OS는 iOS보다는 좀 더 개방적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예컨대 앱 마켓인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자유롭게 사람들이 앱을 올리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반면 애플은 앱스토어의 기준이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이러한 이유로 스마트폰 시장의 소비자들은 각각의 운영체제에 이미 익숙한 나머지 브랜드를 잘 바꾸지 않는다. 그래도 한 번 뺏어와 사용자가 적응하기 시작하면 그대로 다른 상품들까지 구매하게 돼 생태계 확장이라는 부가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이번 갤럭시 S25에는 삼성전자의 생태계 장악 의지가 느껴진다. 더욱 진화된 인공지능(AI) 기능들이 핸드폰 이곳저곳에 담겨있다. 특히 수년 간 개발한 원 UI 7을 이용한 AI 통합 플랫폼은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받은 앱 간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해 말 한마디로 여러 기능을 한번에 수행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명령을 내려 스포츠 경기 일정을 캘린더에 저장하거나 요리 레시피를 메모장에 저장하는 등 앱들을 넘나들며 작업이 이루어진다.
현재는 구글과 삼성전자의 기본 앱 외에는 스포티파이와 왓츠앱만 이러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해당 기능을 적용할 수 있는 앱들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결국에 AI 통합 플랫폼을 워치, 탭, 노트북까지 확장할 예정인 만큼 생태계 장악을 위한 삼성전자의 승부수로 보인다.
그런데 갤럭시 S25 시리즈의 혁신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온다. 갤럭시S25 시리즈는 최신 스냅드래곤 칩셋으로 성능이 전보다 좋아졌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살펴보면 세부적인 기능 추가만 있는 데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전반적으로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배터리 용량 확대, 맥세이프 대안 마련 등 하드웨어의 혁신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예전 피처폰에서 터치폰으로, 다시 스마트폰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될 때 사용자들은 엄청난 혁신을 경험했다. 마치 이걸 사용해야만 세상의 변화에 뒤쳐지지 않았다고 느낄 정도였다. 이번 갤럭시 S25도 분명 기술 발전을 보여주는 기기다. 하지만 단지 편리하고 신기한 기능이 있을 뿐 혁신을 말하기는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삼성전자도 이를 인지하고 갤럭시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마케팅 요소를 추가하며 생태계 장악에 나선 것 아닐까.
"그래서 이번에 갤럭시 S25가 S24와 달라진 점이 뭐야?" 기자가 삼성전자가 개최한 언팩행사에 다녀왔다고 말하자 주변에서 공통으로 들은 질문이다. 질문한 사람들은 갤럭시 S24부터 아이폰을 사용하는 다양한 소비자들이었다. 언팩에서 경험한 갤럭시 S25의 기능을 바탕으로 설명해 주니 신기하다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이번에는 역으로 질문해 봤다. "그래서 핸드폰을 바꿀 생각이 있어?" 대답은 대부분 부정이었다. 아이폰 사용자가 생태계를 포기하면서까지 스마트폰을 바꿀 메리트가 뭐냐는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9%다. 2023년에 비해 1%p(포인트) 떨어졌지만 애플과 1%포인트 차이로 1위를 유지했다. 삼성전자가 아직 스마트폰 1인자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다른 업체들도 안주하지는 않는다. 애플은 지난해 9월 자체 온디바이스 AI 모델 '애플 인텔리전스'가 탑재된 아이폰16 시리즈를 내놨다. 중국업체들도 관련 제품을 출시했다.
물론 기술이 고도화된 지금 혁신을 매번 일으키기는 어렵다. 그래도 지난해 갤럭시 S24를 공개할 당시 온디바이스 AI를 통한 실시간 통·번역 기능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하며 우리의 기대감을 높여줬다. 다음 갤럭시 시리즈는 어떤 혁신을 가져올까. 갤럭시 S 시리즈를 사용하는 소비자로서 응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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