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단자, 주주서한 수용 가능성 '글쎄'
쿼드자산운용, 오너 개인社 합병·배당 확대 요구…안정적 지배력·잠재적 우군 보유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7일 16시 2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창원 한국단자공업 회장. (출처=한국단자공업 홈페이지)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한국단자공업(한국단자)이 쿼드자산운용으로부터 주주서한을 받았다. 후진적인 지배구조와 오너일가의 기업 이익 독식을 문제 삼은 쿼드자산운용은 특수관계법인 흡수합병과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국단자 오너일가가 쿼드자산운용의 요구를 수용해야 할 만큼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지 않아서다. 이 회사 오너가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충분한 지분율을 구축해 뒀을 뿐 아니라 비공식적으로 우호 관계를 맺고 있는 주주들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 쿼드자산운용 주주서한 발송…저평가 해소 방안 제시


7일 투자은행(IB)업계와 산업계 등에 따르면 쿼드자산운용은 지난달 한국단자에 '넥스트 밸류 :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이라는 제목의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단자 지분 2.8%를 보유한 쿼드자산운용은 ▲케이.티.인터내쇼날 흡수합병을 통한 거버넌스 개편 ▲효율적 자본 배분과 주주환원책 도입 ▲주주 소통 강화 총 3가지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73년 한국과 미국 합작 투자로 설립된 한국단자는 차량용 커넥터를 제조하는 1세대 부품사다. 창업주인 이창원 회장은 1936년생(88세)으로 언론사 기자 출신이며, 현재는 오너 2세이자 이 회장 장남인 이원준 대표이사 사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자동차 커넥터 시장에서 절대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한국단자는 연평균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국내 자동차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다.


한국단자 지배구조 (그래픽=이동훈 기자)

미래 성장성도 높게 점쳐진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 전동화 전환이 빨라지면서 차량당 커넥터 도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특히 한국단자는 2010년 중반부터 선제적인 해외 설비 투자를 단행하며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재무상태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 50% 미만, 순차입금의존도 2% 수준일 만큼 건실하다.


문제는 한국단자가 '저평가'라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8655억원으로, 주가가 역대 최고가를 찍은 2015년 9월10일 1조1717억원보다 26.1% 하락한 숫자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215억원과 1401억원으로 나타났는데, 2015년 3분기 말 실적과 비교할 때 매출(4894억원)은 129.2% 늘었고 영업이익(604억원)은 132% 성장했다는 점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한국단자의 저평가는 동종업계와 비교해도 유독 두드러진다. 쿼드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해외 커넥터 제조기업의 주가는 한국단자 대비 평균 165%를 상회한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한국단자의 주가수익비율(PER)은 5.2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배로 해외 동종기업 평균인 PER 22.7배, PBR 4.2배보다 현저하게 떨어진다.


◆ 폐쇄적 지배구조…내부거래 등 오너가 주머니 채우기 급급


저평가의 주된 원인으로는 한국단자가 유가증권(코스피) 상장사임에도 창업주 오너일가 중심의 폐쇄적인 경영 문화가 고착된 데다, 전체 매출의 70% 가량을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창출하는 만큼 시장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점이 거론된다.


쿼드자산운용은 한국단자의 기업가지 제고를 위해 케.이.티.인터내쇼날의 합병을 제안했다. 이원준 대표가 자신이 최대주주(지분 80%)인 케.이.티.인터내쇼날을 편법적으로 경영 승계에 활용하면서 한국단자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쿼드자산운용은 케.이.티.인터내쇼날이 20년 이상 한국단자와의 내부거래로 수익을 올리면서 6~12%대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다고 봤다. 특히 케.이.티.인터내쇼날은 한국단자와의 내부거래로 거둔 현금은 한국단자 주식을 매입하는데 사용했다. 쿼드자산운용은 이 같은 자금 흐름이 최대주주(이 대표)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하며, 그 결과 한국단자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단자 배당 현황. (그래픽=신규섭 기자)

한국단자가 올해 총주주환원율(TSR) 35%를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국단자의 지난 5년(2019~2023년)간 평균 배당성향은 12.2%에 불과한데, 실적과 무관하게 2016년부터 8년 연속 주당 700원을 지급하고 있다. 반면 케.이.티.인터내쇼날은 내부거래로 발생한 이익을 배당 재원으로 활용해 대주주 주머니를 채웠다. 케.이.티.인터내쇼날의 지난 10년간 주주환원율은 배당과 유상감자 등을 포함해 평균 65%로 추산된다.


쿼드자산운용은 마지막으로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년 3월 실시하는 정기 주주총회 외에는 일반 주주와 회사가 소통할 방법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증권사의 관심도 점점 떨어지는 실정이다. 예컨대 한국단자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증권사의 리포트 발간이 없었고, 결과적으로 낮은 거래량과 주가 침체로 연결됐다.


쿼드자산운용은 "한국단자와 케.이.티.인터내쇼날 합병과 성과 연동 보상 체계를 확립해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 장기적인 기업가치 상승을 유도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TSR을 50%까지 확대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인 주주와의 소통으로 기업 정보를 공유해 자기자본비용을 감소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 주주제안 아닌 주주서한, 표결까지 가더라도 '유리'


하지만 한국단자가 쿼드자산운용의 주주서한 발송에도 크게 개의치 않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기 주총에서 표대결이 불가피한 '주주제안'이 아니라 단순 의견 개진 차원이기 때문이다.


표결이 이뤄지더라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회장과 이 대표를 포함한 오너가와 케.이.티.인터내쇼날과 경원장학재단 등 특수관계자 지분율이 33.2%에 달해서다. 통상적으로 최대주주 지분율이 30%에 도달하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판단한다.


한국단자 주주현황. (그래픽=신규섭 기자)

여기에 더해 한국단자 오너가가 적지 않은 우군을 확보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한국단자 지분 7%를 보유한 일본의 자동차 부품 업체인 야자키(YAZAKI)를 꼽을 수 있다. 양 사 인연이 40년간 이어지고 있는 만큼 경영권 위협이 발생할 경우 오너가 편에 설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단자는 사업 초기 야자키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커넥터 제조 기술을 전수 받았다. 하지만 1998년 야자키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본격적인 기술 제휴를 시작했다. 야자키는 이후 30년 가까이 한국단자 지분을 그대로 유지 중이다.


부국증권 역시 한국단자의 백기사를 자처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한국단자와 부국증권은 2007년 자사주 스왑(교환)으로 각사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단자는 부국증권 지분 3.6%를, 부국증권은 한국단자 지분 3.8%를 취득했다. 당시 한국단자가 "회사의 경영권을 안정시키고, 재무구조 건실화를 위해 자사주를 교환매매했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명실상부한 우군으로 분류된다.


한국단자 관계자는 쿼드자산운용의 주주서한에 대해 "협의를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요구 사안을 수용할지 여부와 관련해 결정된 내용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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