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박휴선 기자]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벤처캐피탈(VC) 투자 시장이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서다.
6일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삼정KPMG가 발간한 '2024년 4분기 VC 투자 동향(Venture Pulse Q4 '24)'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글로벌 VC 투자 금액은 1086억달러로 10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10억달러 이상의 메가딜 8건 중 6건이 AI 모델과 응용 솔루션, 인프라 등 AI 관련 기업에 집중됐다.
지난해 글로벌 VC 시장은 지정학적 갈등, 고금리, 주요국 선거 등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5% 증가한 3683억달러를 기록했다. VC 투자자들은 안정적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상업성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후기 단계 기업을 선호하며, 지난해 4분기 투자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한 7022건에 그쳤다.
고금리 지속과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으로 미국 등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되면서 2024년 글로벌 VC 회수 시장은 3184억달러, 2719건으로 부진을 이어갔다. IPO를 통한 회수 규모가 줄어든 가운데 인수합병(M&A)이 주요한 투자 회수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KPMG 관계자는 "미국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대선 관련 변수가 해소되고 주요국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2025년에는 IPO 시장 회복과 함께 글로벌 VC 시장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역별 VC 투자를 살펴보면, 2024년 4분기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투자는 감소한 반면, 미국에서는 AI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집중되며 미국 주도의 VC 투자가 두드러졌다. 데이터·AI 기업인 데이터브릭스(100억달러), 오픈AI(66억달러), xAI(60억달러), 웨이모(56억달러), 앤트로픽(40억달러) 등 메가딜 5건 모두 미국 AI 기업 대상으로 진행됐다.
유럽에서는 EU 인공지능법 제정 등 규제 강화에도 AI 관련 투자가 지속됐다. 영국의 데이터센터 기업 그린스케일(13억달러), 터키의 AI 마케팅 플랫폼인 인사이더(5억달러), 핀란드의 수면 모니터링용 스마트 반지 개발사 오우라(2억달러), 레이더 위성 이미징 기술 기업 아이스아이(1억6000만달러) 등 AI 인프라 뿐만 아니라 바이오테크, 스페이스테크 등 다양한 산업의 AI 응용 모델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어졌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VC 투자는 2024년 4분기 128억달러(1977건)로 분기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의 VC 투자 규모는 2024년 3분기 103억달러에서 4분기 58억달러로 급감했으나, 중국핵에너지전력회사(11억달러), 중국 디디추싱의 자회사 디디추싱자율주행(2.98억달러) 등 대체에너지, 자율주행,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투자가 단행됐다.
인도의 VC 투자 규모 역시 4분기 26억달러로 위축됐지만 핀테크 기업 파인랩스와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안경 브랜드 렌즈카트와 같이 여러 스타트업이 지난 18개월간 IPO를 추진하는 등 2025년 IPO 시장 회복과 VC 투자 확대 가능성이 예상된다.
정도영 KPMG 스타트업 지원센터 파트너는 "올해 1분기에도 AI가 최대 VC 투자 분야로 전망된다"며 "바이오테크, 로보틱스, 사이버 보안, 디펜스테크, 자율주행 등 다양한 산업에 응용하는 AI 솔루션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출시는 AI 모델 개발에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다는 기존 인식을 깨트린 사례"라면서 "국내외 스타트업의 AI 개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기업 및 VC의 투자 확대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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