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에서]
심폐소생 필요한 지식산업센터
전매제한 법안 발의 5일만에 철회…규제 아닌 수요 진작책 절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6일 08시 5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픽사베이)


[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2025년 새해가 밝았지만 부동산 시장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정국 탓에 어려웠던 부동산 시장은 더 얼어붙었다. 아파트는 거래 가뭄이 지속되면서 건설사들은 올해 분양 계획을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무기한 연장하는 분위기다.


주택시장 뿐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시장은 더 처참하다. 데이터센터와 같은 일부 인기를 끄는 섹터도 있지만 대부분 호황기 때 과잉 공급했던 개발 사업이 부메랑을 맞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중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섹터로 지식산업센터가 꼽힌다. 최근 국회에서는 지식산업센터의 전매를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가 5일 만에 철회되는 일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부동산 업계는 해당 법안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내용은 단순하다. 지식산업센터가 과거 부동산 활황 시절 투기상품으로 전락한 것을 바로잡으려는 취지의 법안이다.


지식산업센터는 본래 자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게 사무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코로나 시즌 부동산 경기가 요동치는 가운데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자 갈길을 잃은 돈이 지식산업센터로 몰렸다.


지식산업센터의 대출한도와 세금감면 조건이 아파트보다 여러모로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대출은 분양가의 80%까지 가능하고 최초 입주하는 기업은 취득세 50%와 등록세 37.5%를 감면받을 수 있었다.


이에 묻지마 분양이 성행했고 이들이 다시 시세차익을 남기기 위해 전매를 되풀이 하면서 지식산업센터의 분양가가 급등했다. 결과적으로 지식산업센터의 입주가 절실한 영세 스타트업은 사무실을 구하기 더 어려워졌다.


취지만 보면 법안 발의 배경도 이해는 간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의 소속 위원회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이다 보니 관련 어려움을 겪는 산업체의 하소연을 더 많이 반영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하지만 법안 발의의 취지는 차치하더라도 현재 부동산 시장은 이러한 규제책을 수용할 체력이 없다. 지식산업센터는 그 중에서도 가장 약한 고리다.


현재 개발 중인 지식산업센터가 많지만 건설사는 분양에 자신이 없어 보인다. 이에 막대한 브릿지론 자금조달을 한 뒤 착공시점의 눈치만 보고 있다. 일부 대형 시행사가 추진하는 지식산업센터 프로젝트는 사업비가 수천억원에서 조단위까지 이른다. 당연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 자금의 연대 보증은 대형 건설사가 맡고 있다.


무모하게 프로젝트를 밀고 나갔다간 혹여나 미분양 폭탄을 맞으면 시행사·시공사 모두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 그 아래 많은 하도급업체들까지 계산해 본다면 겨우 진정시켜 놓은 PF 위기 국면에 다시 불을 지필 수도 있다.


그래서 정의감이 넘치는 법안이라도 지금은 잠시 유예하는 편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 시장 침체의 심각성을 감안한 것으로 일단 마무리됐다. 분양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지식산업센터에 호흡기라도 달아주려면 규제가 아닌 수요 진작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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