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 칼립스캐피탈의 서린컴퍼니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간 가운데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칼립스캐피탈이 매각을 중단하기보다는 눈높이를 낮춰 다시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신생 하우스인만큼 향후 펀드레이징을 위해서는 트랙레코드를 확보하는 게 절실하기 때문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린컴퍼니의 강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던 2곳이 이탈했다. 우선 영국계 PEF CVC캐피탈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했다. 이어 차순위 원매자로 꼽혔던 구다이글로벌 컨소시엄(구다이글로벌·컴퍼니케이)도 최근 인수전 참여 중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칼립스캐피탈과 메리츠증권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를 주관사로 선정해 서린컴퍼니 매각을 타진했다. 매각 대상은 양사가 보유한 서린컴퍼니 지분 100%다. 이어 CVC캐피탈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후 희망 매각가인 8000억원 수준에 협상을 이어왔다. 하지만 끝내 거래 조건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기한이 만료된 것으로 전해진다.
차순위 인수 후보로 거론하던 구다이글로벌 컨소시엄이 인수를 중단한 배경에도 가격에 대한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K-뷰티의 인기가 치솟고는 있지만 매도자 측이 제시한 몸값은 지나치다는 계산이다. 구다이글로벌 컨소시엄은 예비입찰 당시 서린컴퍼니 기업가치로 6000억원 이하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자와 매도자 간의 눈높이가 맞지 않으면 매각을 잠시 중단하고 시장 상황을 살피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칼립스캐피탈이 곧바로 재입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신생 하우스인 칼립스캐피탈의 입장에서 향후 펀드레이징에 나서기 위해서는 투자금회수(엑시트)를 통해 트랙레코드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칼립스캐피탈은 지난 2022년 5월 설립한 신생 프라이빗에쿼티(PE)다. LG전자 출신의 이혁 대표와 삼일PwC 출신의 이문섭 부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설립 이듬해 프로젝트펀드와 인수금융을 활용해 서린컴퍼니를 2400억원에 사들이며 첫 거래를 완료했다. 서린컴퍼니가 유일한 포트폴리오인 만큼 엑시트 유무가 추후 펀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칼립스캐피탈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취할지는 알 수 없지만 매각의사는 확실한 상황이다"며 "유력 인수 후보들이 이탈했다고 해서 매각을 중단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했다. 이어 "칼립스캐피탈이 트랙레코드를 확보하기 위해 조기 엑시트에 나서고 있는 만큼 곧바로 매각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업계 관심은 칼립스캐피탈이 서린컴퍼니 매각가를 낮출 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선·차순위 인수 후보자 모두 매도자 측이 제시한 매각가 8000억원에 부담을 느껴 인수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매각 의지가 강력한 칼립스캐피탈의 입장에서는 눈높이를 조정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화장품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다수의 브랜드 창업자 대표들이 잇따라 엑시트를 택하고 있다. 이에 중소·인디 브랜드들이 매물로 쏟아지면서 공급 과잉으로 몸값 역시 낮아지고 있다. 실제 이즈앤트리, 미팩토리, 듀이트리, 트렌드메이커 등 다수 브랜드들이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장 엑시트가 급하지 않는 한, 인수자와 매도자 간의 눈높이가 맞지 않으면 매각을 잠시 중단하고 시장 상황을 살피는 게 일반적이다"며 "그럼에도 매도자 측에서 매각 의지가 강력하다면 눈높이를 낮추는 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서린컴퍼니는 '독도토너'로 유명한 스킨케어 브랜드 라운드랩을 운영하는 화장품 제조사다. 해당 제품은 올리브영 등 온·오프라인 커머스 플랫폼에서 상위권에 랭크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2023년 서린컴퍼니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01.8%(573억원→1156억원), 152.2%(219억원→553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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