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협 결렬'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끝까지 간다"
이사회 열고 이사 7인 선임 공식화…영풍 압박카드로 또 꺼낸 '집중투표제'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5일 17시 5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풍, 고려아연 주주총회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그래픽=이동훈)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에 대타협을 제안했으나 사실상 결렬됐다. MBK파트너스·영풍은 임시주총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와 검찰 고발, 가처분 신청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고려아연은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듯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영풍에 집중투표제를 도입해 최씨 일가 등 영풍정밀 측 이사를 영풍 이사회에 진입시키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이사회를 열어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 7명의 임기를 공식화하며 임시주총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고려아연은 5일 오후 이사회를 열어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 변경을 비롯 임시주총 의결 안건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이사 신규 선임에 따른 이사회 구성 및 추후 경영 전략 등을 논의했다. 


이날 이사회는 지난달 23일 임시주총에서 의결된 안건에 대한 후속조치 차원에서 진행됐다. 앞서 고려아연 추천 이사 7명은 모두 이사회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이날 신규 이사 선임을 공식화해 절차적, 법적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 힘을 실으려는 것이다. 임기는 향후 2년이다. 이로써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나머지 18명이 모두 고려아연 측 인사다. 


임시주총이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 성공으로 끝나면서 양측 분쟁도 새국면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고려아연이 임시주총 다음날인 24일 MBK파트너스에 대타협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 측 인사를 고려아연 이사회에 진입 시켜 회사 경영에도 참여할 수도 있다며 대화의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자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소재지인 울산에선 양측 갈등에 우려를 표하며 대타협을 촉구했다. 중소기업융합울산연합회 등 영남권 연석 협의체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다행히 지난 1월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 최고 경영진의 결단으로 상생과 동반의 메시지가 나왔다"며 "투명한 경영과 상호협력 체계를 즉각 구축해 국민들과 울산 시민들의 우려를 덜어달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지난달 31일 주총 의결 효력 정지 가처분을 제기한다고 밝혔을 때도 대타협 제안을 그대로 유지했다. 소장을 아직 받지도 않았을뿐더러 화해를 제안한 지 불과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은 터라 태도 변화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양측 갈등 장기화로 분쟁에 대한 피로도 누적 및 부정적 여론 확산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고려아연의 대타협 제안이 결렬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MBK파트너스 측에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다. 4일 오후 고려아연은 영풍이 법원에 제기한 '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소장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영풍은 고려아연이 임시주총에서 의결한 ▲집중투표제 도입(1-1) ▲이사 수 19인 상한 설정(1-2) ▲발행주식 액면분할(1-4)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1-6) ▲배당기준일 변경(1-7) ▲분기배당 도입(1-8) 등 정관 변경의 건에 대한 의결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요청이다.


이와 별개로 고려아연 추천 이사 7명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고려아연의 100% 자회사 호주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의 전현직 이사진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검찰 고발까지 이어졌다. 그야말로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결국 고려아연의 반격도 예상된다. 이미 같은날 오전 최씨 일가 우호세력인 영풍정밀은 3월 영풍 정기 주주총회에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안건을 영풍 측에 주주제안했다. 정기주총에 집중투표제 안건이 상정되면 주주 1명당 의결권을 최대 3%까지만 행사할 수 있는 '3%룰'이 적용된다. 영풍 측보다 지분율이 낮은 최씨 일가 측이 영풍 이사회에 진입을 시도하려는 포석이다. 


물론 이번 정기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이 통과해도 이를 기반으로 이사를 선임하진 못한다. 다음 주총부터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당장 이사회 진입을 못 해도 영풍 측을 압박할 카드를 쥐게 된다. 


영풍정밀은 '정기주주총회 안건 상정을 위한 주주제안의 건' 서한을 영풍 측에 전달했다. 11일까지 수용 여부를 회신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회신이 없으면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영풍정밀은 "영풍 경영진의 사업적 통제 능력 상실과 감시 기관의 독립성 훼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모든 주주의 이익을 제고할 수 있도록 소수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후보자가 진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영풍은 입장문을 내고 최 회장의 사죄를 요구했다. 영풍은 "최윤범 회장이 지금이라도 진정한 타협을 바란다면 대주주를 무시하며 벌여 놓은 이 많은 일들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보다 1월 23일 주총장에서 벌인 일들이 위법 부당했음을 인정하고 그 의결의 효력이 없음을 선언해야 한다"며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기왕에 벌인 대규모 자사주 공개매수에 대해서도 남은 주주들에게 고개 숙여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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