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지난달 치러진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은 단연 역대급이었다. '강북권 대어'라는 수식어가 붙는 한남 뉴타운 사업장에서 국내 톱2 건설사인 삼성과 현대가 맞붙었다.
한남4구역은 위치와 일반분양 물량 등을 고려할 때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 중 가장 사업성이 높은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게다가 올해 초부터 이어지는 압구정3구역 등 알짜배기 사업장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이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조합원들을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이제껏 본 적 없는 파격적인 사업조건을 내세웠다. 시공 참여 희망 건설사가 없어 유찰되는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나올 정도인 침체된 건설경기가 무색할 정도였다. 두 건설사는 각각 사업비 절감과 이주비 지원, 한강 조망권‧커뮤니티 시설 확보 등을 약속했다. 수주전에서 이겨도 과도한 출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수주전 당시 최종 승리자 예측 질문에 일부 사람들은 이처럼 쉽게 말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아묻따(아무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삼성이지", "시공능력평가순위 1위인 삼성물산이 당연히 이기는 게임이네"
하지만 건설업과 주택 브랜드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승리자를 쉽사리 단정지을 수 없었다. 분명 삼성물산이 시공능력평가순위 1위를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국내 주택 사업의 규모만 따지고 보면 현대건설이 한 발짝 앞서 있어서다. '래미안' 브랜드의 삼성물산이 최근 주택사업을 축소한 반면 현대건설은 재건축‧재개발 수주액이 6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조합원들도 깊은 고민을 했을 터다. 한남4구역이나 홍보관에서 만난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누가 한남4구역을 차지할지 더욱 가늠이 안됐다. 솔직히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기자가 만난 조합원들 사이에선 현대건설 선호도가 조금 더 높았다. 그들은 현대건설의 세련된 설계가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입을 모았다.
막상 투표함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반전이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근소한 표 차이로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삼성물산이 압승을 거뒀다. 삼성물산이 총 675표(66%)를 거두면서 현대건설보다 2배 이상 앞섰다.
현장 분위기를 분석해보니 삼성물산의 압도적인 승리에는 특수한 건설업 환경이 크게 작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상위 두 건설사가 내세웠던 사업조건, 설계와 건축시설들은 모두 훌륭해 우위를 가릴 수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사실 현대건설이 제시한 공사비와 공사기간이 삼성물산보다 유리했지만 이는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조합원들의 삼성물산에 대한 신뢰가 주효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삼성물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사 중단이 단 한 번도 없는 건설사다. 전국 곳곳에서 공사비 증액 여부를 두고 조합원들과 건설사 간의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이력이 빛을 발했다.
건설사는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협의가 되지 않자 공사를 중단하는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나온다. 오죽하면 시공사 선정 전까지만 '조합원'이 갑이고 이후에는 '건설사'가 갑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삼성물산의 공사 '무'중단 이력은 최근 잇달은 건설사의 공사 중단 현상을 바라본 조합원들의 우려를 해소했다는 것이다.
결국 두 건설사의 승패를 가른 것은 삼성물만이 가진 이미지였다. 삼성물산의 '뚝심'이 관통한 것이다. 무분별하게 수주를 한 뒤 불리할 때 공사 중단 카드를 빈번하게 꺼내드는 건설사들에게 이번 수주전 결과가 좋은 귀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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