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웨이항공 경영권 분쟁주가 고공행진에…우리사주 '이탈 리스크'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적대적 인수·합병(M&A) 위기에 내몰린 티웨이항공이 우리사주조합의 도움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티웨이항공 최대주주인 티웨이홀딩스는 2대주주인 대명소노그룹보다 4%포인트(p) 가량 더 많은 지분을 확보 중인데, 우리사주조합을 우군으로 삼으면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티웨이항공 주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영권 분쟁 이슈가 주가 상승 재료로 작용하면서 우리사주 이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티웨이항공 우리사주조합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지분 2.91%(627만2199주)를 보유하고 있다. 24일 종가 4110원 기준 약 258억원 상당이다. 하지만 일부 임원들이 지난해 4분기부터 1월 말까지 우리사주를 인출하면서 이날 기준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은 약 2.78%로 소폭 하락했다.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 티웨이항공은 우리사주조합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예컨대 23일 기준 티웨이홀딩스와 예림당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율은 총 30.9%로 파악된다. 2대주주인 소노인터내셔널과 대명소노시즌은 총 26.8%를 보유 중으로, 양측의 지분율 차이는 4.1%p다. 여기에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최대주주 우호세력으로 분류하면 격차는 6.9%p까지 벌어진다.
티웨이항공 우리사주조합은 2018년 8월 유가증권(코스피)시장 상장에 따라 처음으로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공시했다. 당시 우리사주조합의 보유 주식수는 438만1596주였으며, 지분율은 9.33%였다. 이 회사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이 최대치를 기록한 시점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11월이다.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던 티웨이항공은 같은 해 7월 50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 차례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사주 청약률이 57% 수준으로 저조했고, 유상증자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티웨이항공은 약 4개월 뒤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동시에 추진하며 다시 한 번 외부 자금 조달에 나섰다. 주당 발행가는 1485원으로 당시 평균 주가에서 40%의 할인율이 적용됐다. 그 결과 구주주와 우리사주조합 대상 청약률이 99.9%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 시기 티웨이항공 임직원은 급여 반납과 무급 휴직 중이었던 만큼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에 따른 대량 실직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임직원들이 두 팔 걷고 나섰고,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은 15.31%까지 상승했다.
티웨이항공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꾸준히 감소하며 2021년 말 기준 6.53%를 기록했지만, 2022년 4월 진행된 12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다시 9.58%까지 늘어났다. 발행가액은 평균 주가보다 25%의 할인율이 반영된 주당 2420원이었다. 우리사주조합원들은 주식을 인출해 장내매도하는 방식으로 시세차익을 거뒀다. 실제로 2차 유상증자로 발행된 신주가 상장된 2022년 5월12일부터 지난해 5월10일까지 2년간 평균 주가는 2560원이었다. 단순 계산으로 주당 140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계산된다.

문제는 티웨이항공 우리사주조합 보유분의 주식이 시장에 유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통상 우리사주조합의 의결권 행사는 별도의 의사 표시가 없다면 조합장이 의결권을 위임 받아 행사한다. 또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사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표를 던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티웨이항공 경우에는 우리사주조합의 대규모 이탈이 예상된다. 가파른 주가 상승에 따라 시세차익을 거두기에 최적의 타이밍이 도래했다는 이유에서다.
티웨이항공 주가는 대명소노그룹의 경영권 인수설이 불거진 올해 1월 중순을 기점으로 급격한 오름세를 보였다. 이 회사 주가(종가)는 이달 13일 2775원에서 23일 3990원으로 9영업일 새 43.8% 상승했다. 특히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직전까지는 이 같은 주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애초 티웨이항공 우리사주조합의 주식 인출이 빈번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해당 조합의 경영권 분쟁 내 기여도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이기 때문이다. 우리사주 인출의 주된 요인으로는 현금화가 꼽힌다. 팬데믹 시절 없는 살림에 유상증자에 참여한 만큼 소액이라도 벌어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려는 목적이다. 우리사주조합이 취득한 유상증자 주식의 보호예수기간(1년)이 이미 2023년 5월 만료됐다는 점도 설득력을 키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티웨이항공 임원들이 최근 우리사주를 인출한 배경을 두고도 장내 매도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해당 인출 주식의 경우 소유 계좌가 조합원에서 개인으로 이동한 것이기 때문에 배당과 의결권 행사 권리는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사측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개인 계좌로 주식을 인출할 필요성과 명분은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임원들의 주식 변동은 개인적으로 진행한 사안이기 때문에 사유를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편 대명소노그룹은 서준혁 회장을 포함한 9명의 이사 후보를 주주제안을 통해 3월 정기 주총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