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적DS 부진…박순철 CFO "단시간 내 해결"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는 항상 근본 경쟁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위기 때마다 이를 극복했습니다. 지금 이슈 또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성장 기회로 믿고 있습니다."
박순철 삼성전자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1일 진행된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경영진 모두 현재 경영 현황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 CFO는 "삼성전자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으며, 각 사업 특성상 비즈니스 사이클에 따른 변동성은 분명히 있다"며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주요 사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재 이슈는 점차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출신인 박 CFO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신임 CFO를 맡게 됐으며, 이날 처음 컨퍼런스콜에 나섰다. 박 CFO의 이번 발언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지연 등으로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와 괴리가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삼성전자는 4분기 및 사업부별 확정 실적을 발표했다. 우선 전사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5조7883억원, 6조492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300조8709억원, 영업이익은 32조72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연간 매출은 지난 2022년(302조2314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연간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34조원)을 밑돌았다.
이는 DS부문의 부진이 이어진 탓이다. DS부문 4분기 영업이익은 2조9000억원으로, 시장에서 당초 예상했던 3조원대도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해 2분기는 메모리 업황 반등으로 6조4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수요 침체와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 특히 HBM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직전 분기인 3분기(3조8600억원)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중국산 저가 메모리 공세에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D램은 로우엔드(보급형)보다 하이엔드(고급형) 시장에 주력하고, 선단 공정 램프업(생산능력 확대)을 가속화할 계획"이라며 "DDR4, LPDDR4 등 레거시 제품 비중은 줄이고, HBM과 DDR5, LPDDR5, GDDR7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은 적극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HBM 사업 현황 관련해 김 부사장은 "4분기 HBM 매출은 당초 전망을 하회한 직전 분기 대비 1.9배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3분기부터는 HBM3E 8단과 12단을 양산 판매하고 있고, 4분기에는 다수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사와 데이터센터 고객사에 HBM3E 공급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 1분기 말 목표로) HBM3E 개선 제품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HBM 매출 전망이 기대치를 밑돈 이유는 엔비디아의 퀄테스트(품질 검증) 통과가 지연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12월 엔비디아로부터 HBM3E 8단 제품에 대한 공급 승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양측은 해당 논평을 거부했다. 이 제품은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저사양 AI 가속기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은 "2분기부터는 고객 수요가 HBM3E 8단에서 12단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올해 전체 HBM 공급량은 전년보다 2배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HBM3E 16단은 스택 기술 검증 차원에서 샘플을 제작해 주요 고객사에 전달했다"며 "1c 나노 기반 HBM4는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기존 계획대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와 관련해서는 "GPU에 들어가는 HBM을 여러 고객사에 공급하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업계 동향을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기술 도입에 따른 업계 변화 가능성은 항상 있다"며 "시장 내 장기적 기회 요인과 단기적 위험 요인이 공존하는 만큼 급변하는 AI 시장에 적기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메모리 업황은 올 2분기부터 점차 회복할 전망이다. 김 부사장은 "올해도 업계 전반의 AI향 투자가 지속되면서 모바일·PC 고객사의 재고조정 속도가 예상 대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메모리 수요는 2분기부터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낸드는 업계 내 과거 2년간 이어진 보수적 설비투자(CAPEX) 집행과 업계 전반의 감산 기조 확산으로 늦어도 올 하반기 초부터 수급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의 4분기 실적도 플래그십 신모델 출시 효과 감소 등으로 제품 판매가 줄면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DX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은 2조3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조6000원)보다 11%가량 줄었다. 이 중 MX·네트워크 영업이익은 2조1000억원, VD·DA 등 영업이익은 2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다니엘 아라우호 삼성전자 MX사업부 상무는 "4분기 스마트폰과 태블릿 출하량은 각각 5200만대, 700만대를 기록했다"며 "스마트폰의 ASP는 260달러"라고 밝혔다. 이어 "1분기는 계절적 영향으로 직전 분기 대비 수요 감소가 예상되지만 (갤럭시S25) 신모델 출시 효과로 스마트폰 출하량과 ASP가 상승하고, 태블릿 출하량도 직전 분기보다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올해 프리미엄 시장 성장세는 전년보다 다소 둔화할 것"이라면서도 "인공지능(AI) 통합 운영체제와 멀티모달 AI를 탑재한 갤S25 출시로 플래그십 성장을 이어가고 폴더블폰은 하반기 신제품의 폼팩터 디자인과 내구성, 라인업 다변화로 고객 기반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가 시장 공세에 대해서는 무리한 가격 경쟁보다 보안과 제품 등 자사 강점을 기반으로 이머징마켓(신흥국 시장) 중심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실적 둔화 흐름에도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에 대규모 금액을 지속적으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연간 시설투자 금액은 역대 최대인 5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반도체에는 46조3000억원, 디스플레이에는 4조8000억원이 각각 투자됐다. 연간 연구개발비도 35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12조6500억원으로, 전년(92조4100억원)보다 21.9% 늘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전년보다 28조8500억원 늘어난 반면, 투자활동현금흐름과 재무활동현금흐름에서 지출된 금액이 각각 6조1200억원, 7900억원 감소한 영향이다. 현금 등에서 차입금을 뺀 순현금은 2023년 79조7200억원에서 지난해 93조3200억원으로 17.1% 증가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