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증시 상장을 추진한 기업의 '연초 효과'가 대통령 탄핵 등 국내외 불안정한 정국의 영향으로 반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연초에 상장한 기업의 경우 비교적 더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주가 상승 등으로 이어진다. 올해의 경우 비상계엄 선포로 기업의 기업공개(IPO) 일정이 미뤄져 1월에 집중돼 유동성이 분산된 영향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1월에 IPO 수요예측을 시작한 기업은 12곳으로 전년동기(8곳) 대비 4곳이 늘었다. 이들이 공모했거나 공모 예정인 금액은 약 2646억원(LG CNS 1조1994억원 제외)으로 전년동기(1514억원) 대비 74.8% 증가했다.
공모금액이 지난해 1월 대비 1.5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은 지난해 증시의 불황과 비상계엄 선포의 영향으로 상장 일정을 미루면서 올해 1월에 IPO에 나선 기업들이 집중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월 수요예측을 마무리한 기업은 ▲미트박스글로벌 ▲와이즈넛 ▲아스테라시스 ▲데이원컴퍼니 ▲ 삼양엔씨켐 ▲피아이이 ▲아이지넷 ▲동방메디컬 등 8곳이다. 동방메디컬을 제외한 모든 기업이 지난해 말 예정됐던 수요예측 등 IPO 일정을 올해 1월로 미뤘다. 이들은 IPO를 재추진하면서 상장 조건을 보다 완화하며 시장 천화적 전략을 구사했다.
미트박스글로벌은 공모주식 수를 100만주로 유지했지만 희망 공모가 범위를 기존 2만3000~2만8500원에서 1만9000~2만3000원으로 낮췄다. 그 결과 수요예측에서도 849.95: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지난 23일 상장했다.
인공지능(AI) 전문 기업 와이즈넛은 공모 물량을 대폭 조정했다. 당초 170만주를 공모할 계획이었지만 규모를 절반가량 줄인 90만주만 신규 상장했다. 이를 계기로 시장에서 제기됐던 오버행 우려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두 회사는 상장 후 주가 흐름과 공모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미트박스글로벌은 24일 코스닥시장에서 1만2290원으로 공모가(1만9000원) 대비 35.32% 하락해 공모가를 낮췄음에도 호된 신고식을 치르는 중이다. 와이즈넛 역시 수요예측에서 64.85:1로 부진했고 일반청약에서도 10.17:1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둬야 했다.
일부 IPO 기업이 공모 조건을 시장 친화적으로 대폭 수정했음에도 시장에서 고전하는 것은 계속된 경기 침체로 연초효과의 위력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불황임에도 많은 기업들이 비슷한 시기에 공모 절차를 밟으며 시장의 유동성이 더 많은 기업에 분산됐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불안한 국내 정세가 지난해 말에 이어 계속되고 있어 기관투자가들이 쉽게 금고를 열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기업들도 당장 IPO 공모가를 떠나 증시 입성 자체에 의미를 두고 상장 후 기업가치 제고에 무게를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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