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직격탄을 맞아 영업이익이 크게 줄며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에 올해는 캐펙스(생산시설투자)를 전년 대비 20~30%(약 3조원) 축소하고 고부가가치 신제춤 출시로 매출은 5~10%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25조6196억원, 영업이익 5754억원을 달성했다고 24일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은 24.1%, 영업이익은 73.4%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 6조4512억원, 영업손실 225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9.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 6조4512억원, 영업손실 2255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영업이익에 반영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 공제 금액은 3773억원이다. IRA 세제 혜택을 제외하면 4분기는 6028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지난해 한 해 동안 북미 지역 판매는 전년 대비 증가했으나 유럽 시장 역성장, 메탈 가격 약세에 따른 판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전사 매출은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며 "영업이익의 경우 가동률 저하와 신규 공장 초기 양산에 따른 고정비 부담으로 전년 대비 73% 하락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시장 변동성 선제적 대응과 펀더멘털 경쟁력 강화 등 장·단기 중점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변동성 선제적 대응에 집중한다. 생산능력 확대는 보수적인 예측에 기반해 유연하게 조절하고 생산시설 투자 또한 필수적인 투자 이외 시급성이 낮은 투자의 집행 시기는 이연시켜 재무 건전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생산시설 증설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기존 생산 거점 활용도를 높여 캐펙스 규모를 20~30% 축소해 집행한다. 올해 IRA 세액공제 수혜 규모는 등 북미 신규 거점 가동 시작 등에 따라 전년 대비 40% 증가한 45~50GWh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공장도 최대한 활용해 나간다. 유럽 공장의 운휴라인은 지난해 수주한 LFP와 고전압 미드니켈(Mid-Ni)과 같은 신규 조성 제품 양산에 활용하고, 중국 공장도 원통형 등 표준화 제품의 신규 판매처를 확대해 가동률을 높인다.
중장기적으로 펀더멘털 경쟁력 강화 활동도 지속한다. EV 사업에서는 프리미엄 하이니켈부터 고전압 미드니켈 및 LFP 등 중저가 제품까지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ESS 사업에서도 고용량 LFP 셀과 SI 역량을 기반으로 부가가치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구조적 원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염가 소재 기술 개발과 핵심 원재료 공급망 지분 투자 등 근본적인 재료비 절감 노력을 지속해 나간다. 미래 기술 준비와 사업 다각화도 차질 없이 준비한다. 건식 전극 기술은 올해 오창 파일럿 라인에서 양산성을 확보할 예정이며, 황화물계 전고체 전지도 연내 파일럿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글로벌 최고 수준의 생산 역량 확보 ▲제품 및 기술 리더십 강화 ▲원가 구조 개선 등 미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 GM JV 2기, 인도네시아 현대차 JV, 캐나다 스텔란티스 JV 등이 셀 및 모듈 생산을 성공적으로 시작하며 차별화된 제조 역량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전기차 사업에서 파우치형 리튬인산철(LFP) 셀투팩(CTP), 고전압 미드니켈, 원통형 46시리즈 신규 제품의 대규모 공급계약은 물론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서도 북미 전력망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다"며 "오창 에너지플랜트 46시리즈(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 양산 라인 구축 및 건식 전극 파일럿 라인 준비, 고품질 IRA 적격 광물 확보 등 제품 및 원가 경쟁력도 한층 강화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2025년 매출은 5~10%의 성장을 목표한다"고 밝혔다. 메탈 가격 하향 안정화로 배터리 가격 상승은 제한적이나 스텔란티스 JV∙ 혼다 JV 등 신규 공장가동과 46시리즈 등 고부가가치 신제품 출시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용량 기준 20% 중후반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 시장의 경우 당분간 일시적 수요 둔화는 지속되고, 보조금 정책 변경 등 소비자 심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정책 변화도 예상되지만 반대로 주요국 내 선(先) 진입 효과가 뚜렷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등 핵심 시장에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심화되면서 고율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선제적으로 시장을 개척해 온 기업들이 큰 수혜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ESS 시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예상했다. 주요 국가들의 에너지 안보 기조 강화로 권역별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수요가 확대되고 있고,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로 데이터센터 확산이 가속화돼 관련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부터는 미국이 중국산 ESS 배터리에 대한 수입 관세를 상향 조정할 예정으로 북미 현지 수요가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이 부사장은 이날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트럼프 정권 출범에 따라서 여러 가지 정책 변화가 산업과 사업에 미칠 수 있는 여러 가지 영향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배터리 생산에 영향 미치는 배터리 생산 보조금 AMPC는 변동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의 관세나 보조금 정책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전동화 속도를 늦출 수 있겠지만 배터리 산업의 미래 방향성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누가 미래를 선제적으로 잘 준비하느냐가 향후 사업 성패의 결정적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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