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매각 막전막후한화호텔앤드리조트, '쪼개기 매입' 검토 배경은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한화그룹이 단체 급식·식자재 유통업체 아워홈을 단계적으로 인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범LG가의 수주가 끊길 것을 염두에 둔 결정이란 말부터 자금 부족설까지 다양한 추측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인수 주체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이와 관련해 일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23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내달 초를 목표로 아워홈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 체결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협상은 한화그룹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자회사이자 주방 자동화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한화푸드테크와의 시너지를 고려해 인수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수 대상인 아워홈은 고(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자녀(1남3녀)가 주식의 98% 이상을 보유한 기업이다. 한화 측이 인수하려고 하는 지분은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38.56%)과 장녀인 구미현 회장(19.28%)이 보유한 지분 57.84%다.
당초 한화그룹은 두 사람의 지분 58%를 한 번에 인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인수 직전 지분 50%를 먼저 사들이고 나머지 8%는 2년 뒤 매입하는 방향으로 최근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장에서는 지분을 분할 매수하기로 선회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중 가장 설득력이 높은 이유로는 범LG가를 통한 수주 보전이다. 아워홈의 단체급식 계약에서 LG 계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외비 항목이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매출 비중으로 따졌을 때 두 자릿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급식업계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말하긴 섣부르지만 영향이 완전히 없을 것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며 "다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계약관계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요즘엔 사내 임직원들이 맛 평가를 하는 것이 계약에 반영되기도 하는 등 예전처럼 특수관계사와의 이해관계에 의한 계약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자금 부족설도 제기된다. 현재 아워홈의 기업가치는 약 1조5000억원으로 평가되며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인수하려는 지분 57.84%의 가치는 약 8600억원에 달한다. 반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속적인 순손실로 결손금이 쌓여있는 데다 올해 9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을 포함한 유동자산은 2356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계열사인 한화비전이 2500억~3000억원 가량의 인수자금을 지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비전은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의 새 이름으로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올 초 자회사 한화비전을 흡수합병하며 사명을 변경했다.
하지만 한화비전의 자금 지원은 명분이 부족하다. 한화비전은 CCTV(폐쇄회로TV) 등 영상보안 장비와 산업용 장비 제조 및 판매가 주력사업이다. 단체급식과 식자재 유통이 주력사업인 아워홈과의 시너지 창출은 불분명하다. 이에 한화비전 주주들이 반발에 나설 여지가 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한화비전이 아워홈 인수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이 회사의 주가는 하락했다.
이와 별개로 우선매수행사권 행사와 가처분 신청까지 검토하고 있는 막내 구지은 전 부회장의 행보 또한 한화그룹 입장에선 부담이다. 20.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구 전 부회장 측이 가처분 신청을 내면 법정다툼을 벌이는 동안 인수는 지연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다양한 부문의 사업을 검토 중인 것은 맞으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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