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화재'보험 전문가' 송윤상 사장, 점유율 확대 '성과'
작심삼일(作心三日)은 본래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그러나 최근 이 고사성어를 '작심삼일도 300번 하면 3년'처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사흘마다 단단히 먹은 마음을 되새기면서 계속 추구해 나가겠다는 의지에 초점을 맞췄다. 보험사 신임 CEO의 '작심일년'을 들여다보려는 것 역시 긍정적인 해석과 결을 같이한다. 신임 CEO가 처음 세운 경영목표를 지난 1년 동안 추구한 결과를 짚어보고, 이를 근거로 다음 1년간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예측해 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송윤상 흥국화재 대표이사 사장은 작년 3월 취임할 당시 '보험 전문가' 이력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보장성보험 판매 경쟁 심화, 자본적정성 악화 우려 등 요인을 고려해 흥국화재가 2년 만에 보험 전문가를 다시 선임했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흥국화재가 새 대표 체제로 전환한 지 1년이 다 돼가는 현재 송 사장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대감을 어느 정도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올해 금리가 추가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자본적정성 관리는 여전히 무거운 과제로 남아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흥국화재는 송 사장 취임 전후로 수입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이 소폭 높아졌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통 시장점유율을 따질 때 수입보험료를 기준으로 삼는다. 수입보험료는 보험회사가 일정기간 중 또는 1년간 회계연도 중에 받아들인 보험료를 말한다.
흥국화재의 수입보험료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2조3895억원으로 전체 손해보험사 수입보험료(88조9915억원)에서 2.69% 비중을 차지했다. 2023년 말(2.52%)과 비교하면 0.17%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보장성보험 판매가 늘면서 시장점유율도 상승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흥국화재는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만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보장성보험 중심 영업 전략을 펼치는 점, 장기보험 비중이 확대된 점 등에 비춰볼 때 보장성보험 판매가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
흥국화재의 보험 포트폴리오에서 장기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91.68%로 집계됐다. 장기보험은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으로 나뉘는데 흥국화재는 보장성보험 비중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 회계기준(IFRS17)에서는 보장성보험이 저축성보험과 비교해 CSM(보험계약마진)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에 보험사 사이 보장성보험 판매 경쟁이 치열하다. 흥국화재도 송 사장 취임 이후 보장성보험 상품개발과 판매 확대에 꾸준히 힘을 싣고 있다.
CSM은 보험사 회계기준이 IFRS17로 바뀌면서 새로 도입된 계정과목으로 미래에 보험계약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인식하게 될 미실현이익을 의미한다. 이전 IFRS4에서는 수입보험료가 주요 수익원이었지만 IFRS17에서는 CSM이 이익의 핵심 요인이다.
당초 흥국화재가 1년 전 송 사장을 대표로 선임했을 때부터 이런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라는 시선도 금융권에 적지 않다. 보험업계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상황에서 흥국화재의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보험 전문가를 다시 불렀다는 분석이다.
송 사장 전임자인 임규준 전 사장은 언론인 출신이다. 흥국화재가 임 전 사장 체제에서도 안정적 실적 기반을 다졌던 점에 비춰볼 때 보험 전문가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배경이 따로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1993년 대신생명에 입사한 송 사장은 보험업계 경력만 30년이 넘는다. 현대해상과 삼성생명에서 상품개발과 경영기획, 리스크관리 등 업무를 익혔고 KB생명 리스크관리본부장과 경영기획본부장을 지냈다.
지난해 1월 흥국생명에 영입돼 경영기획실장을 맡았는데 두 달 뒤인 3월 흥국화재 대표이사에 발탁됐다. 송 사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서울대에서 수학과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양대에서 금융보험 박사 과정을 밟았다.
다만 이 같은 성과에도 송 사장은 아직 어깨가 무거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추가로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열려 있는 만큼 당분간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비율) 등 자본적정성 관리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23년 도입된 킥스(K-ICS) 제도에서는 보험부채를 현재 시점의 금리로 할인해 가치를 산정한다. 이 때문에 금리가 낮아지면 보험부채의 평가금액이 상승하면서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송 사장 취임 전후로 흥국화재의 킥스비율을 보면 경과조치 전 기준으로 2023년 말 158%에서 지난해 9월 말 162.3%로 높아졌다.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150%)을 웃돌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킥스비율은 가용자본에서 요구자본을 나눈 값으로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금융당국은 이 수치를 150%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