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가상자산은 이제 글로벌 투자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비트코인 현물 ETF 논의와 금융기관의 참여 확대를 통해 제도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유럽연합(EU)도 MiCA(가상자산시장법안)를 통해 사업자와 거래 인프라를 포괄하는 통합법 체계를 마련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가상자산 제도화의 초석을 놓는 데 머뭇거리고 있다.
백년을 내다보는 계획은 당장의 기초를 어떻게 다지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현재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법적·제도적 미비로 인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크다. 최근 시행된 1단계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은 불공정거래 방지와 예치금 보호 등 기본적인 안전망을 구축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사기와 해킹 피해는 여전히 빈번하며, 가상자산 발행과 공시에 대한 규제 부재는 시장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시장의 변화 속도가 한국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제도화를 통해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 한국이 이 흐름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가상자산 산업에서 경쟁력을 잃는 것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서둘러 규제를 도입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는 산업의 혁신을 억누르고, 반대로 지나치게 느슨한 규제는 투자자 보호를 약화시킬 수 있다. 십년지계는 단순히 법안을 만들고 시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미래를 내다보며 한국의 특성과 가상자산 산업의 본질을 반영한 맞춤형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가상자산은 금융과 기술의 경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한국은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지금은 초석을 다져 십년 후 백년 후의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때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제도화는 단순히 투자자를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 성장의 새로운 축을 만들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초석 없이 탑을 쌓을 수 없고, 계획 없는 발전은 모래 위에 성을 짓는 것과 같다. 금융당국과 업계가 더 늦기 전에 초석을 다지고 미래를 내다보는 백년지계를 세우기를 기대한다. 이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생존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기회를 잡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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