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소멸' 한진해운, 48년 영욕의 역사
2017년 파산 선고 8년 만에 절차 마무리…한 때 글로벌 7위, 장기 불황 못 이겨내
이 기사는 2025년 01월 30일 07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출처-뉴스1>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글로벌 해운업계를 호령하던 한진해운이 2017년 2월 파산 선고를 받은 지 8년 만에 법인 해체된다. 워낙 덩치가 컸던 만큼 실 자산 파악과 채무 조사, 채무 변제 우선순위 산정 등의 절차가 복잡할 수밖에 없었던 영향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23일 오후 한진해운에 대해 파산폐지 결정을 내렸다. 이를 위해 마지막 한진해운 채권자 집회를 소집하고, 파산관재인의 임무 종료 보고를 받았다. 앞서 한진해운은 2016년 8월 법정관리(회생절차)를 신청했지만, 6개월 만에 파산 선고를 받았다. 유가증권(코스피) 시장 상장사였던 한진해운은 2017년 3월 상장폐지되기도 했다.


파산관재인은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한진해운 채권을 회수하고 한진해운과 관련된 수백여개의 소송을 처리했다. 통상 파산의 마지막 단계는 잔여 재산을 환가하고 공정하게 배당하는 '종결'과 파산 비용을 충당할 수 없거나 변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의 '폐지'로 구분된다.


재판부는 "파산재단의 환가 업무를 모두 마쳤으나 수집한 환가액이 절차 비용과 재단채권액을 변제하기에도 부족해 채권자들에게 배당할 재원이 없으므로 채권자에 대한 배당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파산절차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진해운은 역사 속에서만 존재하는 회사로 남게 됐다. 국내 1위, 세계 7위 선사로 군림하던 한진해운은 1977년 출범했다.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는 '수송보국'(輸送報國·수송으로 조국에 보답한다)의 창업 신념에 따라 한국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 선사인 한진해운을 설립했다. 사실상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변방과 다름없던 한국은 한진해운 탄생과 함께 세계 최대 항로인 태평양항로에 취항하며 고공 성장을 이어갔다.


특히 조 창업주는 1988년 부실 해운사 대한선조를 인수해 한진해운과 합병시켰다. 국내 해운산업이 1980년대부터 시작된 업황 불황에 빠지면서 시장 재편이 불가피했다. 굴지의 대기업들도 줄줄이 해운업에서 발을 빼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조 창업주는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키웠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해운사로 도약하는 발판이 됐다. 한진해운은 1992년 국적 선사 최초로 연간 매출 1조원을 달성했으며, 2003년에는 중국의 코스코(COSCO), 일본의 케이라인(K-Line), 대만의 양밍(YANG MING)과 함께 'CKYH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이 시기 한진그룹은 오너 2세인 고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 체제로 진입했다. 조 선대회장은 그룹사 전반을 관리했지만, 사실상 항공과 중공업, 해운, 금융 총 4개의 소그룹 형태로 운영됐다. 예컨대 조 선대회장은 항공과 물류 관련 계열사를 이끌었고, 첫째 동생인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 회장은 중공업 부문을, 둘째 동생인 고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은 해운 부문을, 막내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금융사를 맡았다.


한진해운의 경영 환경은 2006년부터 급변하기 시작했다. 조수호 전 회장이 작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부인인 최은영 현 유수홀딩스 회장이 2007년 취임하며 독자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장기간 이어진 해운업 불황으로 한진해운이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고, 최 회장은 2013년 조 선대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조 선대회장은 대한항공으로 하여금 한진해운에 1500억원의 긴급 자금을 수혈했다. 담보는 최 회장 일가가 보유한 한진해운 지분 15.36%였다. 최 회장은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막대한 규모의 빚을 상환할 여력이 마땅치 않았고, 경영 환경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조 선대회장은 2014년 4월 한진해운 대표이사에 취임하며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냈다. 하지만 업황 부진이 지속된 데다 유동성 부족이 가중됐다.


최 회장 측은 2016년 보유 중이던 한진해운 주식 전량을 매도하며 경영권에서 손을 뗐고, 한진해운은 곧바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자율협약(경영정상화 절차)을 신청했다. 채권단은 회계법인 실사 결과를 토대로 한진해운에 1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한진그룹은 같은 해 8월 한진해운 최대주주인 대한항공이 4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조 선대회장 사재 출연 등으로 최대 1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한진그룹의 자구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채권단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한진해운으로의 신규 자금지원을 거부했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조사위원을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한진해운의 청산가치(1조8000억원)가 계속기업가치(9000억원)보다 더 크다는 결론을 내렸고, 법원도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고 최종 파산을 확정했다.


한진해운의 몰락으로 국내 해운산업은 마지막 남은 대형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HMM은 아직까지 채권단 관리 체제를 이어가고 있으며, 민영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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