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구조조정
'70억 인수' 세계프라임개발, 거래 구조 살펴보니
①네이처리퍼블릭 CB 통해 인수대금 마련…이해관계자 모두 '윈윈' 구조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3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픽=딜사이트 이동훈 기자)


[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 '네이처리퍼블릭'이 코스피 상장사 '쌍방울'을 인수했다. 인수 주체는 세계프라임개발이지만 네이처리퍼블릭을 이끄는 정운호 대표를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짜인 만큼 시장에서는 사실상 두 회사를 한 몸으로 인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세계프라임개발의 현금성자산이 2023년 말 기준 9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인수 구조와 자금 마련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세계프라임개발이 네이처리퍼블릭이 발행한 전환사채(CB)를 기초로 쌍방울 인수 대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쌍방울의 최대주주는 지난 20일 기존 광림에서 세계프라임개발로 변경됐다. 세계프라임개발은 광림이 보유한 쌍방울 주식 63만2297주를 70억원에 양수해 지분 12.04%를 확보했다. 


쌍방울 최대주주로 올라선 세계프라임개발은 정운호 대표가 최대주주(지분 40%)인 부동산 회사다. 정 대표가 최대주주(72.85%)인 화장품 기업 네이처리퍼블릭과는 기타 특수관계자다. 정 대표는 과거 더페이스샵을 만든 인물이며 2015년 무렵 '정운호 게이트' 당사자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세계프라임개발의 현금성 자산이 2023년 말 기준 8억7000만원에 불과했던 점, 최대주주 변경 계약 직전 네이처리퍼블릭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인수가 무리하게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인수 구조를 살펴보면, 세계프라임개발은 네이처리퍼블릭이 발행한 CB를 기초로 쌍방울 인수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 16일 70억원 규모의 제3회차 CB를 발행했다. 2024년 6월 세계프라임개발로부터 빌린 103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한 목적이다. '네이처리퍼블릭 CB 발행→세계프라임개발 자금 상환→세계프라임개발의 쌍방울 지분 인수'의 그림이 그려지는 셈이다.


눈길을 끄는 건 CB 발행 대상자 '비비원조합'이다. 비비원조합은 KH그룹의 특수목적회사(SPC)로 대양금속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KH그룹은 투자 목적으로 네이처리퍼블릭 CB를 인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결과적으로 '비비원조합(KH그룹)→네이처리퍼블릭→세계프라임개발→광림(쌍방울그룹)'으로 이어지는 자금 흐름이 완성된 셈이다. 시장에서 KH그룹과 쌍방울그룹 간 돈독한 관계에 초을 맞추는 이유다.


하지만 KH그룹 입장은 다르다. 네이처리퍼블릭이 재상장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만큼 투자 목적이라는 것이다. 앞서 네이처리퍼블릭은 2015년 무렵 상장을 추진했으나 정운호 게이트 사건과 사드 여파로 무산됐다.


실제로 지난해 사모펀드로부터 2회차 CB 발행을 통해 150억원을 투자 받으면서 재상장 가능성이 제기됐다. 2회차 CB 전환가액 조정과 관련해 상장이 언급됐기 때문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이 추후 유가증권시장 혹은 코스닥 시장에 상장 시 공모가가 전환가격을 하회할 경우 전환가격을 공모가의 50%로 하향 조정하는 조건을 붙였다.


KH그룹 관계자는 "제3회차 CB의 전환가액이 2회차 CB보다 낮아 조건이 더 좋다"며 "네이처리퍼블릭이 상장을 추진하는 만큼 투자 목적으로 이번 CB를 인수했다"고 말했다.


KH그룹은 좋은 조건으로 투자했고, 네이처리퍼블릭은 CB 발행으로 채무를 상환할 수 있게 됐다. 세계프라임개발은 대여금을 일부 상환 받음과 동시에 CB 자금으로 쌍방울 인수 대금을 마련했다. 결국 쌍방울 인수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만족하는 구조로 짜여졌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세계프라임개발 자체의 재무 여력도 관심이 쏠린다. 세계프라임개발은 부산시 소재 부동산 임대업 회사다. 부산 남포동(1호선 자갈치역) 인근에 536평 규모의 땅과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장부가액은 523억원이다. 해당 토지·건물을 임대해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매출(영업수익)은 미미한 수준이다. 2021년 2억원, 2022년 2억원, 2023년 3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에는 의류 브랜드 탑텐(TOPTEN)을 운영하는 신성통상과 신한은행 등이 임차인으로 지내기도 했다. 


2023년 말 기준 유동자산은 201억원에 달한다. 이 중 네이처리퍼블릭에 대한 대여금이 75.6%(152억원)이다. 이에 세계프라임개발은 매년 10억원 안팎의 영업외수익을 내고 있다. 특수관계자 등에 대한 대여금으로 쏠쏠한 이자수익을 내는 셈이다. 또 세계프라임개발이 보유한 부산 중구 건물 '피프존'의 감정평가액은 931억8200만원이고, 시세는 1400억∼1500억원으로 알려졌다.


한편 쌍방울 매각은 광림 및 쌍방울의 거래 재개를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거래 정지 중인 광림과 쌍방울이 거래 재개 요건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양측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광림은 쌍방울을 매각하고, 쌍방울은 그룹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재도약 고삐를 죄는 모양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쌍방울 구조조정 2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