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타항공 AOC도전장30년 보금자리 매각…위닉스, 실탄 확보 배경은
지난 2016년 부동산개발 업체 아윰에 의해 설립된 파라타항공(전 플라이강원)은 코로나19 암초를 만나면서 7년 만에 영업이 중단되는 비운을 겪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생활가전업체 위닉스를 새 주인으로 맞으며 제2의 창업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하지만 파라타항공이 비상(飛上)의 날개 짓을 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따라 붙는다. LCC(저비용항공사) 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데다가 항공업 경험이 전무한 오너가(家)가 경영의 키(Key)를 쥐게 되면서다. 파라타항공 이륙의 첫 단추가 될 AOC(운항증명) 준비 상황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위닉스가 국·내외 유형자산을 잇따라 처분하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위닉스는 30년 넘게 보금자리로 써 온 경기도 시흥 본사와 미국 캘리포니아에 보유 중인 창고까지 매각해 1236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를 두고 윤철민 위닉스 대표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항공업을 뒷바라지 하기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위닉스가 주요 자산을 처분해야 할 만큼 재무 건전성 개선이 시급한 과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위닉스는 최근 경영컨설팅 업체인 세심과 경기도 시흥시 공단1대로 295에 들어서 있는 건물과 토지를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매대금은 420억원이며 지난달 27일에 계약금으로 30억원이 지급됐다. 이달 10일에는 중도금으로 100억원을 받았으며, 나머지 잔금 290억원은 다음 달 10일에 치러질 예정이다.
해당 건물과 부지는 위닉스가 지난 1993년 10월부터 본사로 활용한 곳이다. 위닉스는 설비 이동과 잔여 물량 생산을 위해 올해 5월까지만 기존터에 머문다. 본사 이전까지 4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지만 새 둥지를 어디에 마련할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와 동시에 위닉스는 해외에서도 자산 매각을 추진한다. 오는 3월 미국 종속기업인 Winix Global, LLC(위닉스 글로벌)이 캘리포니아주(州)에 보유하고 있는 버논 창고(4224 DISTRICT BOULEVARD, VERNON, CA 90058)를 처분한다. 물류기업인 R.D.A. Warehouse LP란 곳에 816억원을 받고 해당 부동산을 넘긴다.
지난 2019년 12월 미국에 설립된 위닉스 글로벌은 창고 임대업을 영위하고 있다. 현지에서 물류센터를 운영하며 연간 25억원 가량의 매출을 벌어들이고 있다. 위닉스 글로벌이 운영하고 있는 물류센터 개수는 파악되지 않지만, 극히 제한된 숫자일 것이란 분석이다. 위닉스 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는 건물과 토지의 총 장부가액이 415억원으로, 버논 창고 거래대금 816억원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위닉스 글로벌은 장부가액을 웃도는 후한 가격에 거래를 성사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위닉스는 본사 이전과 미국 창고 매각을 추진하게 된 사유로 재무구조 개선을 내세우고 있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위닉스가 30년 넘게 머문 보금자리와 해외 자산을 팔아야 할 만큼 재무건전성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위닉스의 부채비율은 85.4%, 순차입금의존도는 18.6%에 불과하다. 또 사채 잔여액이 남아있지 않아 상환을 위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 총 677억원 규모의 3·4회차 교환사채(EB)는 지난해 상환을 끝냈다.
때문에 위닉스의 자산 매각이 파라타항공 지원을 염두한 행보라는 시각에 힘이 실린다. 파라타항공은 지난해 위닉스로부터 자금대여 명목으로 250억원을, 유상증자 대금으로 250억원을 수혈받았다. 하지만 파라타항공은 회사의 전신인 플라이강원 시절에 마련해 둔 사업 기반이 대부분 사라진 터라 운영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돼야 한다. 현재 단 한 대의 항공기도 보유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AOC(운항증명) 재발급에도 비용이 발생한다. 아직 영업이 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매달 기채용된 170명에 대한 인건비도 지급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라타항공은)LCC 후발주자로서 핸디캡을 극복하고자 마케팅에 상당한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운항을 개시하더라도 지역 거점 항공사로서 흑자를 내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모기업인 위닉스의 뒷바라지 없이는 연착륙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위닉스는 파라타항공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은 결정되지 않은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경기도 시흥 본사를 어디로 이전할지는 공개가 힘들고, 공시를 통해 관련 내용을 알릴 예정"이라며 "미국 버논 창고의 경우 보관됨 물품을 어디로 이관할지에 대해서는 현재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형자산 매각은 경영 효율화와 재무구조 개선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라타항공 지원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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