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대한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가 아시아나항공 계열 에어서울을 조기 흡수합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에어서울의 이익체력이 과거보다 좋아지기는 했지만,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면서 항공운송사업자 면허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에어서울이 아시아나항공에 전방위적으로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선제적인 합병의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 국제선 여객 증가 덕 매출 증가…유류비·환율 탓 이익 약화 전망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어서울은 지난해 3분기 말 누적 기준 매출 2500억원과 순이익 1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8%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37.4% 감소했다.
에어서울이 비상장사인 만큼 연간 실적과 관련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취합할 수 없다. 하지만 4분기 매출이 소폭 늘어난 반면 수익성은 위축됐을 것으로 파악된다. 운임이 비싼 국제선 여객수가 늘어난 반면, 각종 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영업이익과 순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에어서울은 지난해 1년간 국내선과 국제선을 모두 합쳐 총 183만5772명의 여객을 실어 날랐다. 2023년과 비교할 때 약 1% 정도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국제선만 놓고 보면 여객수는 오히려 21.2% 불어난 183만5772명으로 집계됐다.
수익성은 외형 성장에 반비례했다. 고유가와 환율 등 각종 비용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통상 항공사는 항공기를 리스로 운영하는데, 비용을 달러로 지불하는 만큼 환율 변동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항공사 운영비의 약 30%를 차지하는 유류비가 인상될수록 매출원가가 오르게 되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갉아 먹는다.
아시아나항공 100% 자회사인 에어서울은 2015년 4월 아시아나항공의 적자 노선을 이관 받아 출범했다. 주로 일본과 동남아 노선을 중심으로 취항했지만,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에어서울은 타 LCC와 차별화를 갖기 위해 일본 소도시 공항에 집중했지만 2019년 일본 여행 보이콧과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경영 위기가 고조됐다. 그나마 2023년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역대 최대인 영업이익 644억원을 거뒀다. 이 시기 에어서울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순이익(912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 매년 결손 누적…모기업 자금 지원 의존, 신기재 도입 여력도 없어
에어서울은 좀처럼 재무구조를 정상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수년간 손실이 누적되면서 결손금이 쌓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어서울은 2019년부터 자본총계가 음수로 전환하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이 회사의 지난해 3분기 말 자본총계가 -1145억원으로 나타났는데, 아직까지 자본잠식에서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에어서울이 국토부로부터 재무구조와 관련해 한 차례 '경고장'을 받았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2022년 에어서울에 재무구조를 개선하라며 한 차례 행정지도를 내렸다. 원칙대로라면 2020년 재무개선 명령을 받아야 했지만, 국토부는 팬데믹이라는 불가항력의 상황을 감안했다. 에어서울은 2023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국토부 레이더망에서 잠시 벗어났지만, 재무 리스크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현행 항공사업법에 따르면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인 상태가 1년 이상만 이어지더라도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후로도 50% 이상 잠식 상태가 2년 이상 계속되면 면허취소나 사업 중단을 강제할 수 있다.
에어서울의 독자 생존력이 사실상 결여됐다는 점도 있다. 에어서울은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월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단기대여금을 차입했는데, 이날 기준 총 600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 에어서울은 5년 가까이 해당 차입금을 한 푼도 갚지 못했으며 4.6%의 이자율은 현재 6.6%까지 상승했다.
아울러 에어서울은 보유 기단 전체를 아시아나항공에서 임차하고 있다. 에어서울의 자체 신용도와 업력이 낮은 터라 직접 기재를 도입할 경우 고가의 요금이 책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의식한 결과다. 에어서울이 추가 기재를 도입할 여유가 없다는 점은 경쟁력 약화로 연결되고 있다. 후발 LCC인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는 공격적인 기단 확대를 통해 현재 각각 6대의 항공기를 마련한 상태다. 2023년 3월 재운항에 나선 이스타항공의 경우 보유 기재를 15대까지 늘린 상태다. 하지만 에어서울은 2018년부터 기단 규모 6대를 유지 중이다.
◆ 통합 LCC 출범 선작업 일환…진에어 자회사화, 실탄 '충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한항공이 가장 먼저 에어서울을 손 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시켰고,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손자회사로 거뒀다. 대한항공은 약 2~3년 뒤에 통합 LCC를 출범시킬 계획인데, 진에어가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어부산의 경우 통합 작업이 녹록치 않다. 상장사일 뿐 아니라 부산시와 아이에스동서, BNK부산은행 등 주요 지역 주주가 다수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어서울은 비상장사인 데다 아시아나항공 완전 자회사라는 점에서 지분 정리 작업이 비교적 수월하다.
업계에서는 진에어가 우선 에어서울을 자회사로 만든 뒤 흡수하는 시나리오를 거론한다. 세부적으로는 ▲진에어가 에어서울이 단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에 참여하거나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에어서울 주식을 몽땅 매입하는 방안 등이 있다.
먼저 에어서울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려면 외부에서의 자금 지원이 필수다. 이 회사의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이 각각 175억원, 225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15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야 한다. 진에어가 유상증자에 단독 참여할 경우 에어서울의 자본잠식을 해소하는 동시에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가용 현금은 넉넉하다. 진에어는 지난해 3분기 말 별도기준 현금성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기타유동금융자산)이 약 5346억원으로 집계됐다.
진에어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 중인 에어서울 주식을 전량 매입하는 방법도 있다. 에어서울의 주당순손익가치는 2023년 순이익을 기준으로 주당 7만8131원이며, 이에 따른 총 기업가치는 2735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 약 30%를 반영하면 최대 3555억원까지 추산된다. 이 경우 진에어가 추가적으로 에어서울 회생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이중으로 자금 지출이 이뤄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 LCC 출범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은 향후 LCC 3사가 상호 협의해 수립할 계획"이라며 "현재로서는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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